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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투가 「훈련」이라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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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투가 「훈련」이라니(사설)

입력
1996.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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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을 동원하여 무장공비를 남파, 침투시킨 북한이 사건이 발각된 지 6일만에 침묵을 깨고 궤변을 늘어놨다. 그들 말대로라면 무장공비나 간첩침투가 아닌 「통상적인 훈련」중 일어난 단순사고라는 주장이다. 북의 생떼는 정평이 나 있지만 이건 좀 심하다. 하지만 이 억지 속에 북한이 공비남파를 시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한마디로 생포된 이광수의 진술과 모든 상황은 「훈련주장」이 완전한 거짓임과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임을 말해 준다. 즉 15일 밤 잠수함으로 강릉해안에 3명의 공작원을 침투시킨 뒤 3일간 인근해안을 순회, 17일 새벽 이들을 태우려고 접근하다 좌초됐고 침투목적은 강릉 비행장 정찰과 폭파·테러 등이었으며 이번 임무의 중대성을 감안, 대좌·중좌 등이 정·부지휘를 맡은 것이다. 더구나 잠수함 침투는 94년 이래 3차실시, 작년 성공적 귀환 때는 포상을 받았으며 부여에서 체포된 간첩 김동식도 잠수함으로 침투했다는 점이다.

이번 북한의 반응은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다. 저들은 휴전 이래 68년 1백50여명의 울진·삼척공비침투 등 숱한 무장간첩을 남파했음에도 한번도 시인은커녕 「남조선의 조작」, 「우리와 무관한 것」이라고 발뺌으로 일관했다. 7·4공동성명 발표전 김일성은 우리측 대표에게 청와대 기습사건은 「극좌 맹동분자들의 소행이었다」며 사적으로 미안함을 표시한 것이 유일한 시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북한이 6일만에나마 반응을 보인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이광수가 생포되고 잠수함, 총기, 실탄, 위장복 등 뚜렷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또 국제적으로는 그들이 체제유지와 경제회생의 구원국으로 기대려는 미국·일본까지 우리 정부와 같이 「무력도발」로 단정, 규탄한 것을 비롯해 유엔안보리에서 중대한 관심표명과 함께 해명을 요구했으며 전세계로부터 시대착오적인 개탄과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된데 크게 당황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공식반응을 정부성명이 아닌 인민무력부 대변인 성명으로 하는 등 최악의 경우 「사자들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떠넘길 것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이 정도 변명으로는 통할 리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대 미일관계개선을 희망하고 경제난·식량난 극복을 위한 지원을 기대하려 한다면 이번 침투경위의 전모를 솔직히 시인, 해명과 함께 사과한 후 앞으로 일체의 무력도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내외에 공식 선언해야 한다. 당연히 판문점 군사정전위를 소집, 공동조사·사과후 사체와 잠수함 등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파탄과 기아속에 체제유지를 위해 이번 도발을 자행했다면 큰 오산이다. 외부로부터 쌀과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길마저 스스로 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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