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성과 총점검/한인 작가 1,100명 큰잔치/해방후 처음 17국 동포문인도 참가/일부선 “규모·내용 등 미흡” 지적도해방이후 처음으로 국내외서 활동하는 한국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한민족 문학인대회」는 우리 문학의 성과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위원장 서기원)가 「문학과 함께 통일로 세계로」라는 주제로 주최하는 이 대회(10월2∼6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는 17개국에서 활동하는 100명 가까운 동포작가와 국내 문인 1,000여명이 참가한다.
우리 민족의 해외이주사는 생활고를 이기려고 북방을 유랑한 한인이나 만주무장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중국 조선족의 역사로 보면 150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집단이주한 재미동포의 역사로 치면 100년이 된다.
해외동포작가로는 일본에서 아쿠다가와(개천)상을 수상한 이회성, 소설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씨와 번역가 안우식 윤학준 강상구씨 등 21명, 미국에서 고원(캘리포니아 라번대) 이창윤(미시간주립대) 최연홍(워싱턴시립대) 신례선(캘리포니아 국제문화대) 교수, 김정기 미 동부한국문인협회장, 칼럼니스트 피터현씨 등 37명이 참가한다. 중국에서 시인 김 철씨 한 춘흑룡강신문 문예부주임 등 7명이 온다. 원래 23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길림(지린)성 당국이 소수민족의 집단활동을 금한다는 명목으로 대회의 「한민족」이라는 이름을 문제삼아 여권을 내주지 않아 상당수가 불참하게 됐다. 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아나톨리김 리진 박미하일씨와 이발렌친 모스크바대 교수 등 7명,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소설가 김동호씨, 프랑스에서 이옥씨(전 파리대 교수)가 참석하고 캐나다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의 동포작가들도 온다.
행사는 2일 개회식(하오 6시), 3일 「세계 속의 한국문학과 문학인」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 4∼5일 해외동포작가들의 판문점 및 고궁관람순으로 진행된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소설가 이호철씨가 「남북통일과 재외동포문학」을 주제로 첫 발표하고, 이어 이회성 한춘 고원 리진씨가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작가의 활동을 소개한다.
심포지엄 주제발표자인 김영무 서울대 교수는 「해외동포문학의 잠재적 창조성」이라는 글에서 『해외동포문인들은 이국의 삶과 작가라는 특수한 입장 때문에 이중으로 소외되는 처지에 있지만 삶의 위기는 문학인에게 언제나 새로운 기회』라며 『농경문화전통이 몸에 밴 한국인이 유목, 또는 해양문화 속에서 겪는 절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예술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해외동포작가들의 실향·탈향경험은 고향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확보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며, 이 거리를 통해 민족적 주관성에서 벗어나 문명사적이고 범인류적 시각의 문학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학의 해에 가장 의미있는 행사로 꼽히는 「한민족 문학인대회」가 참가자 규모나 행사 내용에 비춰볼 때 우리 문학을 아우르는 계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문단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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