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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장사밑천” 송이 따러가 참변/군 오인사격 숨진 안상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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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장사밑천” 송이 따러가 참변/군 오인사격 숨진 안상영씨

입력
1996.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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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나가지 마시라 말렸었는데…” 넋 잃어『엄마가 나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리셨는데…』

무장공비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는 군 부대의 오인사격으로 숨진 안상영씨(56·강릉시 구정면 구정리4반)의 부인과 아들 딸들은 23일 청천벽력같은 비보에 넋을 잃었다.

이날 상오 6시. 안씨는 평소보다 2∼3시간 늦게 검정 비닐가방에 도시락을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마을 앞 욋등 망덕봉 아래 절골계곡으로 송이버섯을 따기 위해서였다. 밤새 칠성산을 울린 총소리가 마음 한구석에 걸렸지만 착한 둘째딸 주희씨(25)의 장사밑천을 모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제철을 만난 송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30분 후 안씨는 공비로 오인한 국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비보가 전해지자 집을 지키고 있던 주희, 은희(동우전문대 식품영양학2) 두 딸은 『우리 아빠는 아닐거예요』라며 오열했고 수업도중 소식을 듣고 달려온 희경양(19·문선고3)과 막내외아들 혁민군(15·경포중3)도 말을 잃었다. 부인 나월란씨(46)는 『내 남편이 아니야. 산에 가봐야 해』라며 울부짖었고 노모 손귀자씨(72)는 끝내 실신했다.

안씨는 선대때부터 이곳에 터전을 잡고 밭농사와 송이채취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전형적인 농사꾼이었다. 주민들은 안씨를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부를 만큼 마을의 크고 작은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송이버섯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안씨는 10여년전 반장을 맡으면서 송이 채취를 마을의 대표적 부업으로 만들었다. 이날도 안씨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날이 이렇게 훤한데…』하며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강릉=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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