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사상 최다 참가… 첼로는 대상 못내제23회 한국음악콩쿠르에서 최고상인 대상은 피아노부문 국영하(17·서울예고 2년), 바이올린부문 이현주양(16·서울예고 1년)에게 돌아갔다. 첼로부문은 적격자가 없다는 심사위원단 다수 의견에 따라 대상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한국일보사와 일간스포츠 주최로 9월9일부터 13일까지 한국일보사 12층 강당에서 열린 이번 콩쿠르에는 피아노부문 45명, 바이올린부문 14명, 첼로부문 21명 등 지금까지 열린 대회중 가장 많은 80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이 가운데 피아노 14, 바이올린 6, 첼로 7명 등 총 27명이 예선을 통과, 본선에 올랐다.
본선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일단 입상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연주자를 선정, 이들 가운데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수상자를 차례차례 투표에 의한 다수결로 결정했다.
단 첼로부문은 대상감이 없다는 데 심사위원 7명 중 5명이 동의함에 따라 대상 없이 금 은 동상만 뽑았으며 은상은 1차 투표에서 3명의 동점자가 나와 이들만으로 재투표를 실시,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예·본선 심사는 피아노부문에 이명학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등 12명, 바이올린부문에 백운창 숙명여대 음대교수 등 11명, 첼로부문에 현민자 연세대 음대교수 등 8명이 맡았다.
시상식은 10월4일(금) 하오 3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 북한산룸에서 열린다.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피아노 ▲대상=국영하(서울예고 2년) ▲금상=김예진(14·예원학교 2년) ▲은상=이옥규(16·서울예고 2년) ▲동상=이재연(16·서울예고 2년)
◇바이올린 ▲대상=이현주(서울예고 1년) ▲금상=윤새진(16·서울예고 1년) ▲은상=엄세희(17·서울예고 2년) ▲동상=이현웅(14·서울 천호중 2년)
◇첼로 ▲대상 없음 ▲금상=박새롬(15·인천 선학중 3년) ▲은상=김아영(16·서울예고 1년) ▲동상=이예은(17·서울예고 2년)
◎대상 수상자 소감/서울예고 선·후배… “연습밖에 비결없다”
대상 수상자로 뽑힌 국영하·이현주양은 수상의 기쁨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앞세웠다. 서울예고 1년 선·후배인 이들은 웃는 모습이 예쁜 소녀들.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문제가 연습을 통해 해결될 때 가장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국양이 『해결책은 그저 연습밖에 없다』고 하자 후배인 이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다른 콩쿠르에 입상한 경력이 있고 오케스트라 협연 또는 독주회도 해봤다. 콩쿠르 참가는 『떨어지든 붙든 간에 남의 연주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돼 좋다』(국영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된다』(이현주)고 차분히 말했다. 이양은 모든 바이올리니스트, 특히 야샤 하이페츠를 존경한다. 『하루 12시간씩 연습했고 늙어서도 변함없는 연주를 들려준 그와 같이 늘 노력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국양은 『미켈란젤리나 루빈슈타인처럼 남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평
◎피아노부문/대상 국양 느린 2악장 연주 인상적
콩쿠르에서는 특히 정확성이 강조된다. 테크닉은 있으나 음악성이 결여됐다면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제시된 속도 이상으로 연주한다든가 곡 해석이 미흡하다면 좋은 연주라고 말할 수 없다.
본선 지정곡인 베토벤의 소나타 17번 작품 31의 2번은 다양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다. 대상을 받은 국영하양은 전악장을 잘 소화해냈다. 특히 2악장이 돋보였다. 느린 악장은 빠른 악장보다 곡을 이끌어나가기 어려운데 잘 소화했다.
금상의 김예진양은 전체적으로 소리가 여린 것이 옥의 티라고 본다. 은상의 이옥규양은 특히 3악장에서 리듬과 악센트를 조화있게 구사했다. 동상의 이재연양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좀 더 극적인 면에 치중했더라면 좋았겠다. 모든 출연자가 전체적으로 좀 더 세심한 곡 해석이 요망된다. 구석구석의 꼼꼼한 처리를 습관화하면 좋은 연주가가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이명학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이명학>
◎바이올린부문/음악성은 향상됐으나 기본기 미흡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월등히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진지하고 성숙된 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음악적 표현이 좋았던 본선곡에 비해 정확한 기본기를 필요로 하는 예선곡의 연주수준이 낮았던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기본기의 확립 없이 과제곡의 집중연습만으로는 바람직한 수준의 연주를 할 수 없다.
본선 과제곡인 브루흐의 「스코틀랜드환상곡」에서도 기술적 정확도와 안정감의 결핍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훌륭한 음악성을 갖고 있는 반면 기술적 면의 단계적 연습은 등한시하는데 기술습득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훌륭한 음악성을 발휘할 수 없다.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연마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백운창 숙명여대 음대교수>백운창>
◎첼로부문/본선지정곡 리듬감 못살려 아쉬움
본선 지정곡인 랄로의 「첼로협주곡 라단조 2·3악장」은 스페인적 색채와 강렬한 리듬이 특징인데 전체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데 조금 미흡하거나 음 처리가 만족스럽지 못해 유감스럽게도 대상 해당자가 없는 쪽으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금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새롬은 아름답고 색채가 풍부한 소리로 좋은 연주를 들려줬으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음정이 조금 불안한 곳들이 있었다. 3악장의 경우 리듬의 특징은 잘 나타내었지만 2악장의 스케르초 부분에서 성격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요구되는 악센트의 처리가 미숙한 느낌이 들었다.
동상의 이예은은 음악적으로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음정이 안정되지 못한 곳이 여러 번 있었고 글리산도 사용이 너무 잦은 것도 부담스러웠다.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하여 꼭 필요한 곳에서만 사용하였으면 한다.<현민자 연세대 음대교수>현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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