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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법·국감등 심층해설·기획기사 돋보여(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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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법·국감등 심층해설·기획기사 돋보여(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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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순환근무제 등 혁신,전문화 더 강화를신문은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해설기사이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건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기 때문에 신문의 해설기사는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제 곧 정기국회에 국민생활과 관련한 많은 법안이 상정되어 통과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설기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안기부법,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 통합방송법 개정 등 국민의 정보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 개정에 대한 해설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일보 19일자에 게재된 「재벌언론 규제 여 뜨거운 감자」제하의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 해설기사와 18일부터 연재되고 있는 「국감 달라져야 한다」는 국정감사에 관한 기획기사는 아주 유익했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해설기사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방안을 몇가지 생각해 보자.

첫째, 하루속히 대기자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우리나라 신문사는 기자의 순환식 근무제를 원칙으로 한다. 즉 사회부에 근무하던 기자가 얼마후 경제부에 소속되고 다음에는 국제부로 자리를 옮긴다. 기자들이 은퇴할 때까지 일반기자로서 한 부서에 소속되어 대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좋은 해설기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신문사들이 전문기자와 대기자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둘째, 보도의 객관성 개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자들의 가장 중요한 직업규범 중의 하나가 보도의 객관성이다. 객관적인 보도란 문자 그대로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데 있어 기자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배제하고 일어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보도란 존재할 수 있을까? 기자들이 사건을 취재하여 기사화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기자들이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사건은 뉴스가치가 있고, 어느 사건은 뉴스가치가 없는 지를 판단하는 주관적인 선택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사건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나름대로 정리(시간적인 순서이든 인물 중심이든)를 한다. 사건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 극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기사가 작성됐다고 해서 곧바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기사는 내용에 따라 배열된다. 이렇게 볼 때 하나의 사건을 기사화하는 과정은 언제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기자들에게 객관적인 보도란 공식적인 정보원에 의존해서 쓰는 것을 말한다. 범죄기사나 전쟁에 관한 기사는 사건 관련자의 진술보다는 공식적인 정보원인 경찰관이나 검찰 또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에 의존하여 쓰여진다. 그러나 공식적인 단체나 당국의 발표가 객관적인 보도로 등장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객관적인 보도를 보증하는 보루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사에 대한 비판에서 기자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류투성이 기사, 기자가 멋대로 쓴 기사, 일방적으로 쓰여진 기사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 온 객관적 규범이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적절한 지에 대한 검토와 이를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독자들을 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백화점식으로 여러가지 사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구조의 개선과 더불어 공부하는 기자상을 확립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공부하지 않는 기자는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선각자적이며 투사적인 기자의 모습만으로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기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기자들이 처해 있는 여건상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관심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기초로 독자에게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는 그런 기사를 기대한다.<최현철 고려대 교수·미 아이오와대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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