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때 또 다시 육군 사병의 무장탈영 사건이 발생해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공비토벌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아군 장병의 희생이 늘고 있다.자식을 군에 보낸 국민이 이처럼 늘어나는 전사자 발생 보도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터에 다수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난동사건이 터진 것이다.
22일 전방 육군 모부대 소속의 김시룡이병은 부대내 취사장과 내무반에 수류탄 2발을 던지고 소총 20여발을 난사한 뒤 인근 지뢰지대로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사병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7월에 이 부대에 배치된 김이병은 K2 소총과 실탄 50여발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의 개요다.
민통선 지뢰지대로 달아났기 때문에 검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나 후방 민간지역으로 침입해 인명피해를 낼 위험은 없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가 그런 난동을 벌였는지, 그 확실한 동기도 검거 뒤에나 밝혀지겠지만 간첩작전으로 전군이 비상하에 있는 가운데 어떻게 이런 상황 자체가 가능한지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무장탈영병 난동은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바로 그날에도 있었다. 그 전날인 17일 전방 모부대 소속의 우재열이병은 K5 권총과 실탄을 갖고 부대를 탈영해 서울로 잠입했다. 그를 서울까지 태워다 준 운전사는 이틀이 지난 19일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군은 그때까지 그의 탈영사실을 일반에 알리지 않고 있었다.
우이병은 19일 저녁무렵 주민 신고를 받고 몰려든 군·경 4백여명과 대치끝에 권총자살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날 아침 출근길의 수도권 시민들은 군이 다리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하는 바람에 온통 지각사태가 벌어지고 하루종일 시내교통이 막혀 짜증이 나도 무장공비를 잡느라고 그러려니 하며 참아냈다.
그러나 무장탈영병을 잡는다고 그 북새통을 벌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시민들은 속은 것 같기도 하고 군과 정부의 허술함이 어쩌다 이지경에 이르렀나 한탄도 되어 우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이병의 탈영동기는 부대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때문으로 밝혀졌다.
부대내 가혹행위로 인한 군기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우리 군의 고질처럼 됐다. 육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군내 구타사고가 모두 9백93건으로 하루평균 2.7건이 발생한 셈이다.
군은 이제 사기저하는 물론 군기사고를 유발하고 시대흐름에도 맞지 않는 가혹행위의 통제를 정말 심각한 과제로 삼아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철저한 교육을 통해 기강해이에 대한 효율적 통제에도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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