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접수는 PC로 영어·카페 면접 등 방법·장소도 다양군복무를 마친 K대 4년생 김모씨(26)는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감량경영바람에 좌불안석이다.
하반기 채용규모가 줄어든데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시채용제도를 도입, 올해안에 면접시험이라도 치르게 될 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미 PC통신을 통해 원서를 접수해 놓은 김씨는 새벽에는 영어공부,하오에는 친구들과의 모의 토론 등을 통해 「부르심」만 기다릴 뿐이다.
『대학입시때보다 스트레스가 더 합니다』 Y대 졸업반 박모씨(25)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토익 750점을 받은 그는 올해에는 800점대는 돼야 한다는 소문때문에 외국인 교환학생 등과 어울리며 영어공부에 열중이다. 외국성공기업에 관한 케이스사례집을 통해 사업계획서도 작성해 보고 틈틈이 노동법 개정이나 경기불황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같은 취업준비에서 알 수 있듯 기업들의 채용제도가 크게 달라졌다. 필기시험폐지와 상시채용제로 압축되는 「채용 파괴」는 전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대기업들은 대부분 필기시험을 없앴다. 최근 리크루트가 조사한 30대 그룹 올 하반기 채용정보에 따르면 현대 삼성 쌍용 기아 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토익이나 G-TELP성적을 볼 뿐 서류와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PC통신으로 지원서를 받고, 면접일자 등도 통신망을 통해 알려준다.
필기시험이 없어진 대신 면접은 까다로워졌고 그 방법도 다양해졌다. 지성 인성 등을 검사하는 삼성자격시험(SAT)과 두번의 면접만으로 대졸사원을 채용하는 삼성은 특정주제에 대한 견해를 물어 상황대처능력을 판단하는 등 면접비중이 높다.
(주)쌍용은 무역회사라는 특성상 면접을 영어로 진행하고 미원그룹은 과장 대리 등 선배사원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한뒤 응시자와 함께 노래방 록카페 호프집 등을 돌며 창의성 적극성 조직적응력 등을 평가토록 하는 다차원면접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는 응시자 10명에게 100분간 집단토론하도록 한뒤 함께 근무하고 싶은 사람을 적도록 하는 방법으로 동료평가제를 운영중이고, 쌍방울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토록하며, 쌍용투자증권은 특정상황을 제시한뒤 대처방법과 견해를 밝히도록 하는 시추에이션면접을 한다.
또 동부그룹처럼 해외연수나 사회봉사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반영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한꺼번에 뽑지않고 수요가 생길때마다 채용하는 상시채용제는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선경그룹은 1년에 두차례 실시했던 공채를 최근 상시채용제로 개편했다. 본사 1층에 채용상담실을 설치, 입사면담등을 하고 있으며 해외응시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접수한다. 선경측은 『인력수급의 탄력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주)대우도 공채와 함께 대학취업지도실에 채용엽서를 비치, 수시로 지원서를 받은뒤 일정인원을 뽑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시채용제를 도입한 한보그룹은 작년 358명, 올 상반기 190명을 월별로 뽑았고 8,000여명의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직업평론가 김롱주씨는 『상시채용제는 채용동결로 받아들여져 특히 인문계열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최근 감원신드롬의 여파로 직종선택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인터뷰/(주)대우 인사기획과 박창욱 차장/“상시채용제도로 정기공채 단점 보완”
(주)대우는 정기공채외에 지난해부터 채용엽서제 등을 활용, 필요인력을 3∼4차례 더 뽑고 있다. 인사기획과 박창욱 차장(38)은 상시채용제도가 감량경영의 방편이 아니라 정기공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투자법인이 생길때마다 인력을 파견하는 바람에 인사가 수시로 단행되고 있다』면서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공채때까지 인력보충을 않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공급도 충분하다. 매달 군제대자들이 나오는데다 유학이 쉬워진 88, 89년께 해외로 나갔던 인재들이 2년여전부터 부정기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그는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제때 확보할 수 있고 취업자들도 공백기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라며 『이때 뽑은 사원들의 수준도 꽤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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