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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 소탕와중 무장탈영이라니”/우리 군 요즈음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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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 소탕와중 무장탈영이라니”/우리 군 요즈음 왜 이러나

입력
1996.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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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계·상황대처·기강 등 곳곳서 허점/북서 사회혼란·국론분열 노릴 틈새 노출군이 왜 이럴까.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 군이 총체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공비 잔당에 대한 소탕작전에 군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22일 전방의 우리 군장병이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탈영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합참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지고 군장병 3명이 전사하는 「실전 상황」에서 눈을 부릅뜨고 밤을 꼬빡 새워도 시원찮을 최전방 초소병이 전우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도주한 것은 군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합참은 공비소탕작전의 급박함만을 강조하는데 급급, 무장난동 및 탈영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당사자인 육군측에서만 간단한 보도자료 1장을 배포했을 뿐이다.

침투 무장공비들이 공작활동을 마친 뒤 북으로 복귀하려던 17일에도 전방의 육군 모부대 우제렬 이병(22)이 무장탈영했다가 3일만에 자살했다. 우이병은 군간부들에게만 소지가 허용되는 권총과 실탄을 소지했고 탈영후 군수색망을 뚫고 서울 도심 한복판까지 들어왔는데도 군당국은 이에대해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았다.

19일에는 공비소탕작전에 비상소집됐던 강릉시 포남2동대 소속 예비군 이석철씨(23)가 오발사고로 사망했다. 그 전날까지 이씨는 분명 평범한 시민이었다. 군당국은 동원예비군을 현역개념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총기지급에 앞서 안전수칙 등을 제대로 주입시켰어야 했다.

이번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군과 사회를 혼란의 지경에 몰아넣을수도 있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북한은 이번 침투가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군기강 해이, 부실한 경계태세, 작전지휘부인 국방부·합참의 불안한 상황대처 등을 고리로 사회혼란이나 국론분열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19일 『북한의 이번 도발이 올들어 몇번째냐』는 언론의 공식요청에 합참의 실무자들은 『잘 모른다』 『자료를 봐야한다』 심지어 『이번이 첫번째』라고 대답했다. 올들어 국방부와 합참이 발표한 「도발행위」만도 북한함정들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행위와 판문점에서의 3일 연속 북한무장병력 투입등 10여차례나 된다.

잠수함 발견 첫날에도 합참은 「유고급 잠수정」이라고 발표했다가 「상어급 잠수함」으로, 다시 『잠수함이 아니라 잠수정』으로, 그리고 뒤늦게서야 또다시 「잠수함」으로 이를 정정하는 등 번복에 번복을 거듭했다.

군당국은 생포된 이광수(31)가 침투인원이 모두 25명, 26명이며 특수공작조는 이미 3일간 강릉에서 공작활동을 했다고 진술한 뒤에도 수차례 뚫린 해안경계망에 대한 질타를 의식, 언론에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 뒤에야 마지못해 이를 확인해줬다.

공비침투사건과 무장탈영사건이 겹쳐 우리 군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이날도 합참 작전관계자들을 제외한 국방부·합참관계자들은 하오 6시가 되자 대부분 퇴근했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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