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사회운동」신민주당 정책차이 별로 없어/시미티스 총리,에베르트에 지지율 박빙 리드22일의 그리스 총선은 코스타스 시미티스 현 총리(60)가 정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일대 도박이었다. 시미티스는 당초 일정을 1년 정도 앞당겨 조기 총선의 「시험대」에 스스로 뛰어 오른 것이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다. 우선 몸담고 있는 집권 범그리스사회운동(PASOK)내 고 안드레우 파판드레우 총리 추종 세력의 강력한 도전으로 당내 입지가 위축돼 왔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유럽연합(EU)내 최고의 물가상승률에서도 확인되는 그리스의 경제난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긴축정책이 불가피한데 불을 보듯 뻔한 유권자들의 반발로 보아 예정대로 내년에 총선을 치를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같은 안팎의 위기를 시미티스는 조기총선으로 정면 돌파하려 했던 것이다.
880만의 유권자들이 30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은 시미티스가 이끄는 PASOK와 밀티아데스 에베르트(57)가 주도하는 신민주당의 맞대결 양상이었다. 공산당부터 극우정당까지 모두 33개 정당이 참여했지만 결국은 양당싸움으로 귀착됐다.
명목상 사회, 보수노선을 각각 표방하는 PASOK와 신민주당이지만 정책은 별로 차이가 없다. 양당 모두 중도적 색채가 강한데다 재정긴축을 근간으로 한 경제정책이나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외교정책까지 비슷하다.
총선의 향방은 따라서 양당 지도자의 인물대결로 압축됐다. 1월 파판드레우 후임으로 총리직에 오른 시미티스는 파판드레우 내각에서 농무 경제 교육 산업장관을 거친 전문 관료출신이다. 독일에서 법학, 영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동양인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중국인」으로 불릴 정도이나 장관재임시 파판드레우에 유일하게 직언을 했던 강직한 인물이다.
반면 에베르트는 85년 총선에서 파판드레우에 패했다가 10년만에 권토중래를 시도한 야당 지도자. 아테네시장을 역임했고 불도저라는 별명처럼 공격적인 인물이다. 특히 키프로스섬의 영유권 반환을 위해 터키와의 대결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투표전 두사람의 지지도는 막상막하였다. 시미티스가 32%를 기록해 에베르트에 겨우 2%포인트 정도를 앞서 있었을 뿐이었다. 이때문에 처음에는 비방없는 선거를 하자고 주장했던 시미티스가 선거막판에 에베르트에 대해 맹렬한 인신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파판드레우의 그늘에서 벗어나 총선을 통해 정치적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시미티스의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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