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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우려」 아닌 규탄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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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우려」 아닌 규탄을(사설)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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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무장공비침투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한 논의끝에 「심각한 우려」 표명과 함께 의장이 북한측에 설명을 요구하기로 한 결정의 의미는 막중하다. 특히 안보리가 의장의 언론발표를 통해 「한반도에서 휴전협정은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이 사태를 검토한 후 북한측에 「일련의 관심」을 전달하기로 한 것은 유엔이 공비 남파가 불법적인 침략행위임을 사실상 인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중립적 태도는 외교적 숙제가 아닐 수 없다.북의 침투를 국제사회에 무력도발로 인식시키기 위한 외교활동은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규탄과 경고다. 의장의 언론발표, 성명, 서한, 결의문채택단계로 이어지는 압력은 진상과 북의 태도에 따라서는 결의를 통한 제재까지 전망할 수 있다. 다음 공노명 외무장관의 유엔총회연설에서 식량원조·경제지원을 호소하면서도 여전한 대남적화기도속에 무력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한의 이중성 침략성을 비난,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모든 수교국들에 북한의 도발진상을 널리 알리는 것이며 끝으로 미일에 대해 대북경고 규탄, 그리고 재발방지에 공동보조와 함께 대북접근·관계개선을 서두르지 않도록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 대북 방위에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의 우방으로서 석연치 못한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고자 한다. 휴전 이후 미국은 1∼2명의 무장공비 사건이 발생해도 즉각 이를 비난·경고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 전쟁장비인 잠수함을 동원, 거의 전원 고급장교들인 30명 가까운 공비가 침투하는 침략행위가 분명함에도 미국이 처음에는 「정보가 없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한데 이어 또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모든 당사자들(남북을 지칭)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하여 한국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보좌관들이 즉각 「해프닝―실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이 사건 발생 3일만에야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중대한 도발」 「휴전협정위반」 「한국정부 지지」등을 표명했으나 개운치가 않다. 클린턴 행정부가 핵소동 이래 식량구걸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끌어안는 것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통령 재선을 위해 이번 같은 침략행위에 대해서도 북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린 것은 평화유지라는 유엔헌장 정신보다 정권적 이익을 우선 고려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은 경화할 것이 틀림없다. 경제협력과 나진·선봉진출문제도 그렇고 쌀등 구호품 지원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정경분리주장 등도 당분간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북의 의중과 태도를 냉정하게 분석,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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