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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내분 일단 수습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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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내분 일단 수습국면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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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반대 싸고 촉발… 혜암 방장 사퇴/학인­간부 갈등 “깊은골” 후유증 클듯법보종찰 경남 합천 해인사의 골프장 건설반대를 둘러싼 내분이 해인총림 방장이자 조계종 원로회의장인 혜암 스님의 사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으면서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혜암 스님은 지난 20일 해인사 산중회의를 소집,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방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혜암스님은 회의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종단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생을 원당암에서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림 최고지도자인 방장이 내분으로 스스로 물러난 것은 종단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해인사는 혜암 스님의 사의표명 직후 산중중진회의를 열고 현주지인 성법 스님과 기획실장 무착스님 등 종무 7직의 해임을 결의했다. 또 행정권은 해인총림수습대책위(위원장 보광 스님), 총림 최고의결기구인 산중회의 권한은 산중중진회의(의장 고봉 스님)가 대행한다고 결의했다. 산중중진회의는 『후임방장을 1개월 이내 추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부방장 법전스님이 유력시된다.

방장사퇴를 가져온 내분은 가야산골프장 건설반대운동 방법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적극대응론을 주장한 학인측과 소극적 자세를 보인 사찰간부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인들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가야산골프장 건설반대운동에 앞장서야 할 사찰간부들이 오히려 방해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찰간부들은 학인들이 골프장반대운동에 지나치게 매달려 수행풍토를 흐려놓고 있다며 8월27일 강원의 강주(교수)와 학감(교무처장)을 해임하고 입승(학인대표) 등을 퇴방조치했다. 이에 학인들은 선원과 산내 암자, 전국승가대학인연합, 해인강원 총동문회 등을 동원해 집단대응에 나서는 등 팽팽한 대립이 계속됐다. 학인들이 주지와 종무 7직의 퇴임을 요구하고 폐강조치를 재가한 방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커져버린 것이다.

혜암 스님 사임으로 해인사 내분사태는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원로의 권위가 중시되는 종단에서 원로스님이 불명예 퇴진하는 기록을 남겨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단에서는 이번 사태가 성철 스님 입적이후 불거져 나온 여섯 문중의 갈등에 의해 빚어진 것으로 보고 향후 해인사 위상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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