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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성가 미사 뿌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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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성가 미사 뿌리내린다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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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서교동 성당 첫 도입후 갈수록 확산/김대건 순교 150돌 행사선 12만명 합창도15일 상오 11시20분께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대회의 개회미사가 시작됐다. 잠시후 주경기장에는 12만여명의 가톨릭신자가 합창하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국악성가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신앙대회는 한국천주교회가 대규모 공식미사에 처음으로 전통음악을 도입한 뜻깊은 행사였다. 김수환 추기경 등 500명의 사제단이 미사집전을 위해 제단에 올라갈 때 연주된 음악은 조선왕조 궁중연례악곡인 「함령지곡」이었고 미사에는 예수고난회 소속 강수근 신부가 작곡한 국악성가가 사용됐다. 가톨릭계에서는 일부 성당을 중심으로 등장한 국악미사가 뿌리내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톨릭계에서 처음으로 국악성가대와 국악실내악단을 설립, 국악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한 곳은 서울 서교동성당. 88년부터 매주 토요일 하오 6시 국악미사를 봉헌, 신자는 물론 다른 성당의 관심을 모아왔다. 93년에는 대금 소금 해금 양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북 등 국악 각 부문 2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가톨릭우리소리관현악단(지휘자 이상규 한양대 교수)을 창단, 국악미사의 틀을 잡았다.

94년에는 그동안 발표된 국악성가를 모아 「우리 소리성가집」을 발간, 다른 성당에 국악미사방식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시흥동성당과 개봉동성당이 국악미사를 도입했고 다른 성당들도 청년성가대를 중심으로 축일마다 국악성가를 부르는 등 국악미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입된지 200년이 넘도록 서구음악을 사용하는 미사방식만 고수하는 것이 안타까워 국악미사를 시작했다』는 서교동성당 김종국 주임신부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신부는 국악미사를 뛰어 넘어 「한국미사」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94년부터는 갓과 두루마기 차림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국악성가는 100곡이 안돼 각 미사에 맞는 노래가 모자란다. 가톨릭계는 국악성가에 대한 국악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또 국악미사 도입이 신앙 토착화작업의 하나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가톨릭신학·전례·신앙형태·교회건축 등 각 분야와 연결시켜 종합적인 신앙의 토착화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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