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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영화제」로 화려한 첫발/막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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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영화제」로 화려한 첫발/막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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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20만명·200회 매진 진기록 “대성공”/문제작·화제작·단편 대거 초청… “영상모자이크” 뜨거운 호응『이런 영화제는 처음 봅니다. 관객을 포함해서 영화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열정이 살에 닿으면 델 정도로 뜨거웠어요』 중국 장원(장유엔) 감독은 이렇게 감탄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처음 열린 세계적 영화행사라서 운영상 미숙함이 간간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또하나의 영화제로서 크고 화려한 첫발을 내디뎠다.

우선 관객의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 상영하는 작품의 우열을 떠나 모든 극장이 만원을 이루었다. 총 23만석의 객석을 20만여명이 채웠다. 214회의 영화상영중 200여회가 매진을 기록했다. 대중성이 없는 단편영화들도 모두 환영을 받았다. 아무도 이런 성황은 예측하지 못했다. 부산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확인된 것이다.

『12편을 보았다』는 김진희씨(21·부산외국어대 인도네시아·말레이어과 3년)는 『영화를 좋아하는 부산 젊은이들에게는 환상적인 행사였다. 영상세계에 푹 빠져서 그 재미와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부산에도 예술영화만 상영하는 극장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인들은 작품의 선정이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을 대거 초청해 「칸의 복제판」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다양한 문제작과 화제작을 대거 불러들여 깊이있는 영상의 모자이크를 만들었다는 평가이다.

특히 아시아의 신예, 중진 감독의 작품이 많이 초청돼 아시아 영화의 현주소를 조망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소득으로 꼽힌다. 안동규 영화세상 사장은 『다양한 성격의 영화가 문화충돌을 이룰 정도로 성황리에 상영돼서, 아시아 영화의 저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171편의 초청작 중 4편이 오지않아 상영되지 않았고, 흥행을 염두에 둔 영화수입사의 독선적 행동이 질서를 어지럽힌 점 등이다.

관심의 초점이 됐던 미국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시」는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수입심의가 보류된 상태였는데 수입사에서 공륜의 눈치를 보느라 필름을 미리 삭제하고 상영, 원성을 듣기도 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예산 후원과 젊은 영화인들의 열기를 더한다면 아주 훌륭한 영화제로 정착할 것』이라고 자평했다.<부산=권오현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를 보고/관객­집행위 「한마음 열기」에 감동

부산국제영화제…. 참으로 어울리지 않을 듯하던 이 행사는 「한 번은 얼굴을 비쳐야 하지 않을까」하는 부담까지 주었었다. 감독행사주간 리셉션 문제로 영화제 관계자와 만날 때만 해도 그랬다.

부산에 도착한 날, 나는 그 열기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날은 개막식도 아니고 단지 의례적인 행사 몇개가 진행되는 날이었는데도 남포동 극장가는 말할 것도 없고 리셉션이 있는 해운대에도 전국민이 다 모여든 것처럼 난리였다. 시민들이 동원되었나, 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살이 탈 것같은 열기는 가식이 아니었고 그 많은 사람들 역시 가짜가 아니었다. 내가 다녔던 유럽쪽 영화제나 아시아권 영화제에서도 자국내의 이런 열기를 본 적이 없었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풍경이었다.

일반인만의 열기도 아니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의 부지런함과 프로정신 역시 나를 감탄하게 했다. 밤 12시까지 행사를 진행하고 다음날 업무를 새벽까지 체크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곳곳마다 넘치는 인파와, 자정 넘어까지 리셉션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우리나라는 사막이 아닐까, 그래서 목마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상업영화에만 몰리는 것은 아닐까해서 이란 인도영화쪽도 기웃거려 보니 예술영화든 상업영화든 상관없이 하루에 3만여명의 관객이 오고가는듯 했다. 20만명의 관객동원이라는 결과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영화제가 100% 성공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상영시 예고편이 돌아가고 자막이 중간에 끊기고 곧 개봉될 영화들이 너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떠올리고 싶다. 칸영화제에 참가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그들의 업무진행은 더 형편없다. 진행이 얼마나 느린지 나 같은 경우는 가슴이 온통 시꺼멓게 그을린게 한두번이 아니다.

큰 행사를 너무나 잘 치른 관계자들과 부산시민께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한 영화인으로서 나 역시 내년에는 더 많이 협조하고 동참할 것이다.<강우석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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