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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부른 부토 남매 권력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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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부른 부토 남매 권력다툼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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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정적 남동생 무르타자 경찰 총맞고 사망혈육간의 권력다툼이 끝내 비극을 불렀다.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43)의 최대정적인 남동생 무르타자 부토(42)가 20일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지난해 부토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인민당(PPP)내에서 반부토 파벌을 공식결성, 누나와 맞서온 무르타자는 이날 하오 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다 집근처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동료 6명과 함께 숨졌다. 경찰은 그의 일행이 검문에 불응하며 대항, 뜻하지 않게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무르타자는 최근 발생한 파출소 습격사건 등 반정부 폭력사태 관련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다.

소식을 접한 부토 총리는 21일 새벽 맨발로 병실에 달려 와 『신이여, 어떻게 이런 일이…』 라고 오열했지만 동생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군사독재시절 이미 아버지와 남동생 한명을 잃은 부토 총리에게는 이제 부모 형제 중 어머니와 여동생 하나만 남게 됐다.

68년 PPP를 설립한 이래 파키스탄 정치를 이끌어온 부토가문의 비극은 부토 총리의 아버지 알리 부토 전 총리가 77년 무혈 쿠데타로 실각, 2년뒤 교수형에 처해지면서 시작됐다. 망명길에 올랐던 부토의 두 남동생 가운데 샤나와즈 부토는 85년 프랑스 칸의 자택에서 의문의 피살체로 발견됐다. 그즈음 부토와 또 다른 동생 무르타자와의 사이가 벌어졌다. 「알 줄피카르」라는 지하단체를 조직, 납치와 암살 등 강경한 반정부 투쟁을 이끌어온 무르타자에게 파키스탄 내에서 벌이는 누나의 비폭력투쟁은 적과의 타협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88년 민주화이후 집권과 실각을 거쳐 93년 총선승리로 다시 정권을 잡은 부토는 총선직후 자신과 함께 당공동대표였던 어머니 누스라트 부토 여사(68)를 PPP에서 쫓아내버렸다.

어머니가 『장남인 무르타자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고 동생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16년간 해외를 떠돌던 무르타자는 93년 귀국직후 비행기 납치등 82건의 테러를 조종한 혐의로 누나에 의해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6개월뒤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누나는 부패한 독재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당권도전을 위한 힘을 길러왔다.

이 때문에 사건직후 『부토 총리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가 이 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무르타자 측근의 주장이 나오는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가족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가를 경영하느냐는 비판도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벼랑끝의 부토는 어디로 갈 것인가.<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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