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 「철벽훈련」도 하나마나 수상수중공중 교차탐지 필요국방부가 강릉 침투 무장간첩을 굳이 「무장공비」란 강한 용어로 규정하는 것은 잠수함의 존재 때문이다. 북한의 3백40톤 상어급 잠수함이 불쑥 강릉 해안에 떠오른 사실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간첩활동에 잠수함을 동원하는 무모한 도발성에 대단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 잠수함이 우리 해상과 해저를 마음대로 누벼왔음이 명백해졌으나 이를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무력감도 적지않다. 이같은 심리적 충격이 바로 군이 이번 침투를 일상적 간첩행위로 분석하면서도 전쟁에 가까운 도발행위로 발표하는 배경이다.
이번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은 우리의 해상경계는 물론 육상경계망까지 철저하게 유린했다. 겨우 10여일전 서해에서 북한 잠수함의 수중기습을 조기탐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대잠훈련을 실시했던 해군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달초 해군은 서해 최전방인 백령도와 어청도 사이 해역에서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공격헬기 링스 및 알투세, 해상초계기 P―3C 등을 동원해 사상최초의 대잠수함 격퇴훈련을 실시했다. 이때 해군은 북한 잠수함의 우리 백령도 기지와 인천 침투를 가상, 함정과 항공기 등으로 이를 완벽하게 탐지한뒤 격퇴한다는 작전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해군은 또 『북한 해군의 잠수함 숫자가 훨씬 많으나 우리측 잠수함의 운항·공격능력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잠수함 침투를 통해 해군의 장담은 허망한 메아리임이 판명됐다. 침투 잠수함은 북방한계선을 우회한뒤 공해상에서 직선으로 잠행, 강릉까지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해군의 경계가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현재 우리 해군의 능력으로는 북한의 잠수함 또는 잠수정에 의한 침투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솔직한 평가이다. 북한은 위스키·로미오급(1천4백톤 이상) 26척, 상어급(3백톤 이상) 10척 등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50여척을 보유하고 있는 미젯급 잠수정은 톤수도 적고 소음이 거의 없어 레이더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설명이다. 2차대전때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이 활용한 잠수정은 항구까지 침투, 군함등을 파괴하는 공포적인 존재였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동해는 수심이 깊어 잠수함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전제, 완벽한 대잠작전 수행에는 수상함 항공기 잠수함 등에 의한 교차탐지가 24시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소음이 많아 탐지 범위가 5㎞ 이내로 제한되는 수상함 배치 숫자를 지금보다 몇배 늘려야하며 8대 뿐인 P―3C를 일본 처럼 1백대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낙하산으로 투하하는 수중음파탐지기인 「소노 부이」를 훈련에만 쓰고 있으나 대량 실전배치 해야하며 잠수함 보유척수도 6척에서 20∼30척으로 늘려야 제대로 대잠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가용장비로 침투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한마디로 한강에서 바늘 찾기라는 것이 자체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3면 9백해리를 방어하는 해군력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며 『그동안 간첩선을 잡느라 초계정 위주로 증강해왔기 때문에 대잠수함 개념은 거의 무시됐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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