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 현장 강릉 정동진 산마을 주민들/30분마다 안부전화·초저녁 통금/습격땐 시간벌기용 물·음식준비【강릉=특별취재반】 도주 무장공비에 대한 군경의 포위망이 압축되면서 포위망의 중심지가 된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3리. 20일 새벽 2∼3차례 공비와 국군수색조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공비로 보이는 2명이 도주하는 것이 헬기에 목격돼 막바지 추격전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3일째 계속되고 있는 군사작전과 공비의 출몰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속에서도 공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화기 옆에 파출소와 경찰서의 전화번호를 크게 써붙여 두고 30분에 한번씩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이곳은 70여세대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어촌. 6·25 전쟁때 북한군이 인민무력부장(국방부장관)을 지냈던 오진우의 지휘아래 가장 먼저 상륙한 기록을 갖고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무대로도 잘 알려졌지만 앞으로는 동해, 뒤로는 괘방산을 이고있어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이날 상오 뒷산에서 공비 4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을은 이제 상황이 끝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생업인 송이채취도 포기한 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비상연락망 구축은 물론 왕래할 때는 반드시 목적지와 돌아올 예정시간을 이웃에게 알리고 있다. 집안에는 만약에 대비, 음식물과 물을 상비해 놓았다. 일단 공비가 들어오면 안심을 시키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공비를 색출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크다. 공비 식별요령을 위한 교육도 하고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어 공비의 출몰 지역 등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하오 7시부터의 주민통금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는 주민간의 약속이다.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거나 기척이 들리면 공비일 가능성이 크므로 곧바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아예 고향집에 내려와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정재훈씨(22)는 『부모님이 걱정돼 아예 무장공비가 잡힐 때 까지 내려와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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