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병력 투입 “저인망 수색”/차단선 넓혀 토끼몰이식 작전/대형스피커 동원 심리전 병행/헬기 발견 2명 민간인 밝혀져잔당 무장공비를 추격중인 군·경 합동수색대는 20일 강동면 일대 괘방산과 화비령, 칠성산 등 고지대를 중심으로 4만여명을 동원한 압박작전을 폈다.
군당국은 잔당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찰조로 적극적인 대항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특수부대 요원을 대거 투입했으며 밤에도 포위망 압축을 계속했다. 군·경은 특수훈련을 받은 공비들이 수색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땅밑 은신처인 비트(비밀 아지트)를 이용,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야간에만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이들의 비트를 찾기 위한 탐침수색에 주력했다. 또 국군으로 위장한 공작조 3명과 안내요원 2명이 3차 차단선인 대관령 바깥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3중으로 설치된 차단선을 내륙쪽으로 넓혀 저인망식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수색대는 20일 새벽 2시40분께 강동면 산성우1리 정동주유소 뒤편 화비령 정상에서 무장공비들과 30여분간 교전을 벌인데 이어 새벽 4시20분께도 수류탄 4∼5발을 투척하는 등 서너차례 교전을 벌였다.
또 새벽 2시12분께 강동면 임곡리, 10분후 인근 해안 마을인 대포동 주변에서 총소리가 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군당국은 이날 상오 가로 20㎝ 세로 8㎝ 규격의 「투항해 생명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찾으라」는 내용의 선무전단 7만장을 제작, 강동면 일대에 육군헬기 2대를 동원해 살포했다. 또 무장공비 식별 및 신고요령 등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전단 1만장도 제작해 함께 공중 살포했다.
군당국은 이와함께 헬기와 지프를 이용, 무장공비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선무방송을 전개했다. 군은 기동확성기를 통해 『우리 국군은 너희를 완전히 포위했다. 우리는 너희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너희들의 아까운 목숨을 그냥 버릴 것인가.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자수하면 살 수 있다』며 자수를 종용했다.
○…이날 상오 9시께 강동면 산성1리 괘방산(398m) 정상 부근에서 항공정찰 중이던 군헬기가 흰 러닝셔츠를 입은 무장공비 2명을 발견하자 즉시 1개사단이 투입됐다. 수색대는 괘방산과 화비령 일대에 헬기 5대를 동원, 항공정찰을 벌이는 한편 병력을 집중투입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교차 수색을 하며 「토끼몰이식」소탕작전을 폈다. 또 특수전요원들을 산 정상에 투입,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공비들을 추적하는 등 입체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밤 늦게 군당국은 『당초 무장공비로 신고돼 수색작전을 벌였으나 그들은 송이버섯을 캐러 왔던 민간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21일 새벽까지 포위망을 유지한채 심야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상오 10시30분께는 강동면 정동진리 정동주유소 인근 야산에서 무장공비 시체 4구를 발견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이를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보도본부는 『군·경 합동수색대가 신고 접수후 인근 지역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무장공비 시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군·경은 이날 새벽 경북 봉화읍에서 신고된 30대 남자가 무장공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병력을 6백여명으로 증원, 신고자인 김갑연씨(53·여)집 뒷산 반경 10㎞지역에서 수색활동을 폈으나 김씨가 허위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작전을 종결했다. 이에따라 봉화군을 포함한 4개 시·군지역에 내려졌던 「진돗개둘」은 취소됐다. 그러나 군은 고도로 훈련된 특수공작원의 경우 시간당 10㎞까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지역까지 도주해 왔을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주요도로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21일 새벽까지 계속 유지했다.<강릉=특별취재반>강릉=특별취재반>
◎“특수임무 뭘까” 관심 집중/스커드 등 탄착지점 확인 가능성/해상훈련 탐지·기뢰부설 일수도/게릴라전·시설파괴 목적 추정도
강릉해안으로 침투한 무장공비들의 특수임무는 무엇일까.
군 당국은 일단 이번 무장공비들이 통상적인 지형정찰 임무가 아니라 모종의 특수 침투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침투 잠수함에 인민군 대좌가 타고 있었다는 점, 정찰목적에 사용되는 유고급 잠수정이 아닌 전략목적의 상어급 잠수함을 타고 온 점, 승조인원이 대규모인 26명이나 되는 점 등이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맨 먼저 추정할 수 있는 침투목적은 우리 군의 중요 작전상황을 상세히 탐지하고 미사일 탄착지점을 확인하는 등의 특수임무. 이는 통상적인 정찰활동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유사시 중요한 전략시설물인 강릉비행장이나 동해1함대사령부에 대한 스커드미사일이나 장거리포 발사를 위해 미리 탄착지점을 확인하기위해 온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16일부터 3일간 동해안에서 잠수함을 동원해 실시한 대규모 해군 기동훈련 상황 파악이나 유사시 동해 1함대사령부 부근 해안 봉쇄를 위한 기뢰부설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추정가능한 특수임무는 게릴라전. 최근 일어난 한총련 사태 등 일련의 좌익 활동이 남한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맞춰 북한이 이때가 국내정세를 교란시킬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추정이다. 권영해 안기부장도 이날 국회보고에서 「이번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은 단순정찰이나 간첩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게릴라전을 계획한 무력도발행위」라고 밝혔다.
교량 간선도로 변전소 등 민간시설과 군기지 등 중요 시설물 폭파가 특수임무였을 수도 있다. 실제 무장공비들이 이러한 시설물들을 폭파했을 경우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불안과 혼란에 휩싸일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까지 노획한 무장공비 휴대품에서 폭약 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도주중인 정찰조와 안내원들이 폭약을 휴대하고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 이들이 과거 여러 차례 침투해 온 점으로 미뤄 미리 폭파에 필요한 특수장비들을 은닉해 놨을 수도 있다.
이번 침투가 「정치성을 띤 특수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북한 권력내부의 매파세력이 4자회담 등 일련의 남북의 관계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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