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이 봐가며 저울질할듯/“이목 돌리기” 대미·대일 외교 강화 예상도북한은 강릉의 무장공비 남파사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북한은 사건이 드러난지 3일째인 20일까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북한당국은 19일 판문점에서 유엔사측과 일직장교 접촉을 가지면서 우리측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차기문 소장 명의의 항의문 접수를 거부, 간접적으로나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변했을 뿐이다.
통일원 등 정부 관계부처와 대북전문가들은 과거 무장간첩·공비 남파때 북한이 일절 대응을 않거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역공세를 폈던 사례들로 봐서 이번에도 비슷한 태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임진강 무장간첩 침투사건때 민민전 방송을 통해 『극도의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당국자들이 꾸민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원 당국자는 『북한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이번 사건이 잠수함이 동원되는 등 침투규모가 크고 현장 증거가 뚜렷해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격전에 사살자가 속출하는 등 현장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미일 등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침묵만을 고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또 대미·대일외교전을 강화하며 외곽때리기 전법을 구사, 이목을 돌리려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어차피 수세에 몰려있기 때문에 반응을 하더라도 당장 하기보다는, 사건의 추이를 봐가며 반응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무장공비 남파가 인민무력부 최고위층의 재가 없이 정찰국내 소장강경세력들의 충성경쟁, 공명심에서 비롯됐을 개연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는 북한 군부에서도 명령체계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군부나 강경세력을 의식해야 하는 김정일로서도 수습이 쉽지 않다.
북한이 지금까지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시인한 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일성은 72년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했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68년 청와대습격사건과 관련, 『좌경맹동분자들의 소행』이라면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정치적 의미가 강한 극히 이례적 태도였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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