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일 요미우리신문 공동여론조사/한·중 등 “생활수준 더 향상될 것” 낙관/일만 낙관·비관·무관심 엇갈려 대조/현재 생활 만족도엔 70%안팎 “긍정적”◇아시아 8국 국민의 21세기 전망=아시아 각국은 순조로운 경제성장의 결과인 듯 앞으로 자국의 경제전망을 대단히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미 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일본은 낙관과 비관, 무관심이 뒤섞인 전망을 해 대조를 보였다.
10년후 자신의 생활수준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30.5%가 「크게 나아질 것」 58.1%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해 88.6%가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각각 12.6%, 45.3%로 낙관적인 전망이 60%에 가까웠다.
동남아 각국에서도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크게」 또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태국 48.0%, 36.1%, 인도네시아 45.4%, 42.7%, 말레이시아 43.9%, 44.9%로 조사됐다. 「도이모이(개혁)」정책 10년째를 맞은 베트남도 87.2%의 응답자가 경제적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리고 있다. 인도도 42.6%, 30.0%의 응답자가 「크게 나아질 것」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응답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한 것은 3.0%, 「다소 나아질 것」도 28.7%에 그쳐 31.7%만이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다소 나빠질 것」과 「크게 나빠질 것」도 각각 21.7%, 4.4%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경제전망이 엇갈렸다. 한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38.5%에 달해 한국의 5.1% 등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일본경제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달해 활력을 잃고 있음을 반영하는 동시에 성장보다는 안정과 내실 쪽으로 국민의식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에 대한 일본국민의 무관심은 「가장 갖고 싶은 것 3가지」에 대한 응답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이 설문에서 한국은 내집(46.8%) 자동차(43.7%) 컴퓨터(38.6%)순이었고 중국은 내집(71.8%) 퍼스컴(50.1%) 자동차(35.3%), 일본도 내집(25.3%) 자동차(19.2%) 퍼스컴(16.0%)순으로 동북아 3국이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다만 일본의 경우 선호도가 대단히 낮았다. 오히려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이 없다」는 응답이 42.1%로 가장 많았다.
인도에서는 전화를 원하는 응답자가 33.6%에 달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가전제품과 오토바이가 각각 3·4위, 2·3위를 차지했다. 한편 보석에 대한 선호도는 한국이 일본(9.9%) 중국(10.6%)을 크게 웃도는 25.9%에 달해 조사대상 8개국중 가장 높았다.
현재의 생활 만족도에 대한 설문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크게 만족」 「다소 만족」이 각각 7.8%, 65.1%로 72.9%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 각국이 이처럼 현재와 장래의 경제전망을 밝게 보는 것은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자국의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개국이 예외없이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 발전에 강한 의욕과 기대를 보였다.
◇미래산업과 환경문제=「앞으로 10년간 크게 성장할 자국산업(있는 대로)」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전자(64.6%) 정보·통신(61.5%) 자동차(44.9%)순이었고 일본에서는 정보·통신(49.6%) 전자(44.6%) 정밀기기(28.5%)순이었다. 중국은 정보·통신(58.9%) 서비스(56.9%) 금융(52.1%) 자동차(51.7%) 건설(47.1%) 에너지(39.1%)순으로 고른 자신감을 보였다.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아시아 각국의 환경의식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의 바람직한 관계」를 묻는 설문에 예상대로 일본이 「무조건 환경보호 우선」(20.5%)「경제발전도 중요하나 환경보호가 더 중요」(56.7%)라고 응답, 환경중시 태도가 77.2%로 조사대상국중 가장 높았고 각각 17.4%, 57.7%로 75.1%가 환경중시 태도를 보인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환경보호도 중요하나 개발이 더 중요」와 「무조건 개발 우선」은 한국 16.1%, 7.3%, 일본 15.5%, 4.0%로 낮게 나타났다. 또 중국 30.0%, 13.4%, 인도 31.3%, 14.5%, 인도네시아 35.0%, 13.1%, 말레이시아 31.0%, 7.6%, 태국 32.8%, 13.2%, 베트남 25.9%, 15.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어느 나라도 개발우선 시각이 절반에 못미쳤다.<황영식 기자>황영식>
◎여론조사 방법/한국 등 1,000명 일 2,000명 대상 대인 면접/인구비례별·2∼3개 도시중심 표본 추출
한국일보사와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사의 공동여론조사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등 아시아 8개국의 생활전반과 경제관계 등을 파악하고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의 대일관을 살피기 위해 실시됐다. 만 20세이상의 성인 남녀 1,000명(일본 2,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대인 면접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는 지난 6∼7월에 나라별로 실시됐다.
한국은 백상재단의 후원으로 (주)미디어리서치가, 일본은 요미우리갤럽이 조사를 담당했다. 나머지 국가는 현지갤럽이 조사를 맡았다. 표본추출은 한국에서는 인구비례에 따라 대상자를 전국의 14개 시·도(제주도 제외)로 나눈뒤 통, 이지역까지 할당했다. 일본은 전국250개지역에서 한국과 동일한 방법으로 할당했다. 중국은 북경(베이징) 상해(상하이) 광주(광저우)를 중심으로, 여타 국가는 2∼3개 도시를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했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성비구성은 남자 49.3%, 여자 50.7%였으며 연령별로는 20대 31.4%, 30대 26.6%, 40대 17.2%, 50대 12.7%, 60대 12.1%, 학력별로는 중졸이하 20%, 고졸 48.7%, 대재이상 31.3%의 분포를 보였다. 직업별로는 사무직 및 기술직 23.2%, 서비스 및 판매직 24.8%, 농림수산어업 2.1%, 기능·작업직 8.4%, 주부 29.3%, 학생4.8%, 군인·경찰 0.9%, 기타 6.5%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 44%, 대전·충청 13.5%, 전라 13%, 대구·경북 12.1%, 부산·경남 17.4%이다.<정덕상 기자>정덕상>
◎각국 치열한 경쟁의식/“아주 경제권 중심역” 한결같은 의욕/경쟁국엔 미·일외 인근국가 많이 꼽아
이번 조사에서 아시아 각국은 서로 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역할을 맡으려는 강한 의욕과 주변국과의 경쟁의식을 뚜렷이 드러냈다. 21세기 아시아지역의 주요 경제기능별 중심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묻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강한 자국중심주의를 보였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거점공항 위치에 대해 8개국 모두 「자국 공항」이 선두를 차지했다. 한국 45.5%, 일본 38.7%, 중국 43%(홍콩포함 65.1%), 태국 64.5%, 인도네시아 44.4%, 말레이시아 36.4%, 베트남 31.0%, 인도 52% 등이었다. 또 상품거래 중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자국내」(중국은 홍콩 포함)가 가장 우세했으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자국보다 일본을 우선으로 꼽았다. 금융중심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국을 우선했다. 한편 「21세기 경제적으로 자국의 경쟁국이 될 국가·지역 3곳」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는 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 경제강국을 빼고는 인근국을 든 응답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미국(80.1%) 일본(75.9%) 중국(60.2%), 일본은 중국(50.8%) 미국(50.1%) 한국(41.0%), 중국은 미국(77.1%) 일본(61.1%) 한국(13.1%)순이었다.<황영식 기자>황영식>
◎일 경제의 영향력 평가/한·중 제외 인도 등 5국/“미보다 일 중요”/일 기업 자국진출에 대부분 큰 호감/「한국경제 인식·기대」는 의외로 낮아
◇자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국가=이번 조사결과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아시아경제, 특히 동남아경제에 대한 일본의 지배적 영향력이 확인된 점이었다. 반면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과 기대는 의외로 낮아 앞으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시켰다.
「자국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국가·지역 3곳」을 묻는 설문에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5개국이 모두 미국보다 일본을 우선으로 꼽았다. 미일(중복응답) 양국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인도 54.1%대 71.4%, 인도네시아 46.2%대 67.3%, 말레이시아 37.8%대 71.8%, 태국 66.0%대 76.7%, 베트남 52.4%대 67.6%로 일본쪽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각각 80.1%대 75.9%, 77.1%대 71.9%로 그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 21.8%, 중국 13.1%, 베트남 14.5%, 인도네시아 13.1%정도였고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는 4.6∼9.0%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일본기업 진출이 자국경제에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56.7%)을 뺀 나머지 6개국 모두에서 「플러스」라는 응답이 72.2(중국)∼90.7%(베트남)로 나와 일본기업 진출에 높은 기대와 호감을 보였다.
「자국내 현지 일본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36.8%)외에는 53.0(중국)∼84.6%(인도)가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일본이 아시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는 한국(30.1%)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고 있다」에 70%이상이 응답했다. 한국에서는 「못하고 있다」가 62%에 달했다. 일본에 대한 높은 신뢰도의 이유는 21세기 일본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경제력이 큰 국가·지역 3곳」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일본에서는 미국(43.3%) 중국(39.4%) 일본(34.3%) 한국(17.4%)순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을 포함, 중국을 제외한 모든 조사대상국에서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선두로 꼽혔다.
◇첨단기술개발 중심국=한편 「21세기 아시아 첨단기술개발 중심지」를 묻는 설문에도 한국이 한국을 우선 꼽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을 먼저 꼽았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의 이같은 일본 편향은 일본의 정부개발원조(ODA) 차관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중심의 경제지원보다는 민간기업의 활동이 현지주민의 인식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ODA자금을 자국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베트남(47.1%)을 빼고는 모든 나라에서 20%도 안됐다.<황영식 기자>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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