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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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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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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중견기업에 근무하던 간부 한 사람은 최근 3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원래 퇴직금은 그렇게까지 많지가 않았으나 명예퇴직을 하는 바람에 상당한 액수의 웃돈을 얹어 받은 것이다. 이 사람은 얼마 놀지 않고 곧 재취업이 됐는데 지금은 퇴직할 때와는 달리 완전히 새사람이 돼서 늘 웃는 얼굴이라고 한다. ◆이 사람이 즐거운 것은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퇴직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새로 받게 된데다가 퇴직금으로 받은 거액을 운용해서 상당한 액수의 별도 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 들어간 회사가 비교적 만족스러운데다가 수입은 거의 배로 늘어나게 됐으니 이 사람의 경우엔 명예퇴직이 즐거운 퇴직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선경인더스트리에는 퇴직인력을 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경쟁관계에 있는 연관 업종의 대기업들과 평소 고급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로부터 퇴직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인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일부 기업에서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고민을 하고 있는 회사들도 적지않다고 한다. 회사가 내보내고 싶어하는 무능한 간부들은 명예퇴직을 권유받을까봐 겁을 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반해 회사가 붙들어 두고 싶어하는 유능한 간부들은 서로 나가겠다고 난리들이라는 것이다. ◆명예퇴직이 당사자들에게는 비극이 되기도 하고 행운이 될 수도 있고 회사로서도 득실이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옛날 같은 종신고용이나 회사가족주의 같은 것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황이 고용에서도 새바람을 몰아오고 있다. 회사나 종업원이나 변화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변화를 외면하는 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살벌한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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