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공작원 안방드나들듯/수중탐지기·레이더 “무용지물”우리군의 해안 경계망에 큰 구멍이 뚫렸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공비들이 잠수함을 타고 동해의 허리 깊숙이 들어와 해안에서 멀지않은 곳에 이를 띄워놓은 채 최소한 4차례나 육지를 오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이 이러는 동안 우리 군의 해안경계망은 「눈뜬 장님」 그 자체였다.
생포된 공비 이광수(31)의 진술에 따르면 잠수함에 탑승했던 인원은 모두 25명. 이중 특수훈련을 「제대로」 받은 대남공작원은 5명으로 강릉비행장 정찰이 주임무였다.
잠수함은 13일 원산항을 출항, 15일 강릉부근 해안가에 도착한뒤 대남공작원 1개조 3명과 안내원 2명등 5명이 먼저 상륙했다. 안내원 2명은 대남공작원들을 정찰 지점으로 데려다준뒤 다시 해안으로 돌아와 잠수함에 승선했다. 이들이 두차례 바다와 육지를 오갔지만 해안근무일지에는 평소처럼 「특이동향 없음」만이 기록됐다.
해안서 멀리 빠져있던 잠수함은 공작원들의 정찰임무 3일만인 17일 다시 접선장소로 되돌아왔다.
3백25톤급으로 결코 작지 않은 철제 잠수함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무려 1백여㎞나 되는 우리바다를 마치 자기집 안방처럼 누비고 다닌 것이다. 수시로 작동시켜야 할 해군 호위함과 초계함의 소나(수중음파탐지기)는 물론 곳곳에 위치한 해안레이더나 초병의 눈에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공작원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는 연락을 받은뒤 이들을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안내원 2명이 다시 상륙했다. 해안 경계망이 세번째 뚫린 것이다.
이어 선미를 해안쪽으로 향해 후진하다 잠수함이 좌초되자 20명이 집단으로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잠수함 내부에 불이 나기도 했으며 일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잠수함을 최초로 목격한 택시운전사 이진규씨도 당시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군당국은 당시의 해류 흐름이 시속 1노트로 잔잔해 잠수함이 부상해 있더라도 레이더에는 작은 바위정도로 밖에 감지가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레이더가 잠수함에는 전혀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밖에 안된다.
북한은 이보다 성능이 우수한 잠수함을 60여척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잠수함들을 그냥 정박시켜놓진 않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수없이 우리 지역을 넘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5명의 공작원을 싣고와 강릉비행장 정찰이라는 일상적 첩보활동을 수행하다 재수없이 잠수함이 좌초되는 바람에 전모가 탄로나 버린 것이다. 우리군의 허술한 해안 경계망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시급해지고 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무장간첩·무장공비 차이/적지역에 숨어 정찰·정보수집수행무장간첩/내란 등 목적 다수인원이 유격활동무장공비
합참은 19일 하오 브리핑에서 『북한의 잠수함침투는 명백한 무력도발행위이며 그 행위자들에 대한 명칭도 무장간첩이 아닌 「무장공비」로 표현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그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 다만 합참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언론보도 등에서 명칭이 엇갈리자 청와대측에서 무장공비로 통일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적 의미로만 따지면 간첩은 적 지역에서 몰래 정보수집활동을 벌이는 첩보원(Spy 혹은 Secret Agent)을 말하고 공비는 내란목적의 파괴행위나 요인암살·테러 등의 임무를 띤 게릴라를 뜻한다.
대공관계자들은 『간첩은 숨어서 정찰·정보수집임무를 수행하고 공비는 다수 인원이 유격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합참의 이같은 명칭통일요청은 침투인원 수가 최소 20명 이상으로 비교적 많은데다 기관총 소총 수류탄 등의 무기가 발견 됐기 때문인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번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지가 실려 있음은 물론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전문침투요원/「비트」서 최소 3일 은신능력/2∼3명 1조… 동물적 생존감각/체포위기상황 자살 등 수칙으로
19일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 이틀째를 맞아 이들의 침투목적과 신분 등 그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군당국은 침투공비 25명중 강릉비행장을 정찰한 5명이 특수훈련에 숙달된 베테랑급 대남공작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살되거나 생포된 19명은 대부분 잠수함 승조원들이거나 훈련목적으로 대남공작원들을 따라온 「수습 공작원」혹은 안내원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군당국은 이중 삼중 수색망에도 불구, 이들 5명을 찾아내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2∼3명이 1개조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깊은 산속에서 갖는 생존성은 인간의 차원을 넘어 거의 짐승 수준이다. 이들은 기관총과 권총, 수류탄, 단도, 쌍안경, 지뢰탐지봉, 무전기, 의약품, 삶은 찹쌀과 육포, 국군복, 발싸개 등 비상식량과 장비를 담은 배낭을 매고 산속에서 1시간에 5∼10㎞의 거리를 힘들이지 않고 이동한다. 수색망이 좁혀 오더라도 눈에 안띄는 장소나 무덤·비석아래에 「비트」(땅을 파서 만든 숙영지)를 만들어 최소 3일 정도는 거의 완벽하게 자신을 은폐한다. 비상식량이 떨어지더라도 뱀이나 개구리 등의 생식으로 충분히 버틴다.
이들이 이같은 「기본기」만 동원해도 우리측 수색망이 아무리 촘촘하더라도 앞으로 며칠간은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으로부터의 역지령도 이들의 도주로를 확보해주는 중요 수단이다. 난수표로 된 음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독이 힘든데다 해독을 하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몰라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은 과거 1·21사태나 KAL858기 폭파사건 등과 같은 「경험담」을 통해 ▲조우하는 자는 인정사정 없이 죽일 것 ▲체포당할 위기에 처하면 「혁명의 배신자」가 되지않도록 자폭할 것 ▲어차피 죽게될 경우에는 적군을 한명이라도 살상할 것 등과 같은 공작원 수칙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M16으로 무장해 발각시 국군탈영병으로 위장하라는 지령까지 받고 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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