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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생각(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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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생각(장명수 칼럼)

입력
1996.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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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벽 동해안에서 일어난 북한의 무장공비 남파 사건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북한과 터무니없이 변한 남한을 새삼 비교하게 한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대남 적화노선을 고수하고 있는데, 남한은 북한이 곧 파산할 것이라고 얕보면서 쌀을 보내줄까 라면을 보내줄까 궁리하고 있는것이 오늘의 남북관계다.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남한은 벼락부자 증세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데, 가난한 나라들에 대해 무조건 우월감을 갖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그 증세의 하나다. 냄비의 물처럼 끓어오르는 그 우월감은 온 세계를 눈 아래로 내려다 볼 정도다. 북한이 당장 굶어죽게 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많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쓰러져가는 허수아비쯤으로 생각하게 됐다.

정부 역시 그런 우월감을 바탕으로 민족우선론, 유화론, 강경론을 왔다갔다 했고 「안보」란 말은 어느덧 시대감각에 안맞는 말이 돼 버렸다. 이번에 북한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동해안의 허술한 경비상황을 보면 군의 안보의식까지 느슨해졌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기관고장을 일으킨 북의 잠수함이 수면위로 떠올라 표류하는데 현장의 레이더는 잡지 못했고, 시민의 신고를 받고 「5분 대기조」가 출동하는데 40분이 걸렸으며, 적의 침투를 알리는 「진돗개 하나」작전이 발령된 것은 최초신고후 3시간 25분이 지난 다음이었다.

북한 경제는 파산 직전이고, 인민은 굶주리고 있으나, 조용히 쓰러져가는 허수아비가 아니다. 한 손으로는 쌀을 달라고 구걸하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무장간첩을 태운 잠수함을 조종하고 있다. 그들은 양면작전을 한번도 바꾼적이 없는데, 우리의 대북정책은 춤을 추고 있다. 굶주리는 북의 동포에게 쌀을 보낼만큼 잘 살게 됐다는 흥분에 젖어 북한이 어떤 집단인지 그 본질을 잊고 있다.

무장공비들은 남한 침투에 실패하자 동료 11명을 집단으로 사살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북의 젊은이들이 강릉의 청학산에 처참한 시신으로, 집단 자살한 사교의 광신도들처럼 나란히 누워있다. 분단국에서, 하필이면 북에 태어나 모진 고생을 하며 김일성부자에게 충성을 바쳤던 그들은 김정일에게 보내는 맹세를 유서로 남겼다.

<…우리 영웅들은 장군님의 명령을 피끓는 가슴에 새기고 승리의 보고를 안고 돌아갈 것이며, 적화통일의 그날 우리 수령님께서 편안히 쉬시는 날이 올것입니다…>라고 그 가엾은 「영웅」들은 적고 있다.

민족 우선도 좋고, 쌀 보내기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한시도 북한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을 위해 죽겠다는 광적인 「영웅」들과 굶주리는 동포를 항상 함께 기억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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