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은 그간 좌표를 잃은 듯했던 우리의 대북 경계자세에 명확한 답을 던져 주고 있다. 북한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좀 이르긴 하지만 우리의 경계태세를 되돌아 보자. 북한군 잠수함이 고장나 동해안 앞바다를 표류하다가 좌초해 수면에 부상하기까지 거의 10시간동안 우리 군이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 책임이 어디에 있든 경계태세가 크게 잘못돼 있음을 증명한다.
잠수함이 고장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잠입활동을 모르고 있었을 뻔했다. 전원이 장교로 구성된 특수전부대원인 이들이 우리 군의 경계망에 포착되지 않고 동해안을 들락거리며 멋대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식은 땀이 흐른다.
처음 민간인 신고를 받은 후의 군 동원체제도 너무 늦게 가동됐다. 외신조차도 한국군의 실태라고 놀랐다. 그들의 훈련강도나 기동능력으로 보아 마음만 먹으면 군에 비상이 걸리기 전에 훨씬 멀리 도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비 침투지역인 동해안 일원이 관광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철조망을 낮춰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간 우리 대북태세 이완의 보기이다. 생포공비 이광수의 신원과 정면사진이 침투의 전모도 밝혀지기도 전에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것만 봐도 우리 대북태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외교적 고립과 경제파탄에 직면한 북한이 믿는 것은 군사력 뿐이다. 김정일 정권은 경제재건을 위한 외교적 책략과 함께 그 지원수단으로 군사력 시위를 십이분 활용하고 있다. 북한군은 이같은 양면전략 수행에 필사적이다. 우리의 대북자세 또한 이러한 양면전략을 철저히 구분해 대응해야 했는데 그간 우리의 대북정책을 비롯, 사회적 분위기는 이 양면이 혼재되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자세는 언제부턴가 풀어져 가기 시작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중국이나 베트남까지 경제재건을 위해 나서고 있는데 북한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경제발전이 앞선 우리가 돕는다면 그들도 호응해 올 것이라는 착각」이 대북자세의 정답처럼 퍼져 나갔고 정부 자신도 이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정권의 대남적대 자세는 휴전당시에서 한걸음도 후퇴하지 않고 있음이 이번 잠수함 침투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의 대북관계를 모두 없던 일로 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북한의 군사력 도발에는 그것대로 대처할 만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군사력 강화만으로 될 수 없다. 정부와 군, 국민 모두가 같은 결의여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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