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 2명 격렬 교전하다 야산 도주/“먹을 것 달라” 옥수수·담배 등 빼앗아/10여차례 출몰신고 주민들 전전긍긍【강릉=특별취재반】 18일 밤 무장간첩 8명이 도주한 강릉시 강동면 일대에는 무장간첩과 군경의 실제 교전 상황이 발생, 현지 주민들은 물론 전국민이 초조함 속에 불안과 공포의 긴 밤을 보냈다. 또 무장간첩이 마을에 나타나 식량을 탈취하거나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보았다는 주민 신고도 잇따라 무장간첩 대다수가 강릉 일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게릴라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경은 밤새 조명탄과 서치라이트를 밝히며 수색작전을 계속, 무장간첩 잔당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군경은 이날 밤 10시께 강릉시 강동면 경산동 강릉비행장 주변 섬석천 일대에서 야간탐조등으로 무장간첩 2명을 발견, 조명탄을 쏘며 총격전을 벌였다. 무장간첩들은 격렬히 저항하다 인근 야산으로 도주했다.
이들이 발견된 곳은 무장간첩 11명의 집단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8㎞, 비행장과는 5백m떨어진 곳이다.
같은 시간 강릉시 왕산면 일대에는 5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와 군경이 수색작전을 펴고 있다. 이에 앞서 하오 9시께는 인근 마을인 강동면 임곡1리 이규택씨(65) 집에 권총을 든 무장간첩 1명이 나타나 식량과 담배를 탈취해 달아났다. 이씨에 따르면 권총을 앞세운 괴한이 집에 들어와 『먹을 것을 달라』고 협박, 삶은 옥수수 4개와 담배 2갑 반, 성냥2통을 주자 『태백산이 어디냐. 신고하면 죽인다』고 묻고는 달아났다는 것이다.
거동이나 말씨가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는 주민신고는 밤새 10여차례나 접수됐다. 하오 6시45분께는 강릉시에서 북한말을 쓰는 남자 2명이 캐피털 승용차를 타고 대관령 방향으로 달아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또 비슷한 시간에 강릉시 강일여고 앞길에서 옷에 흙이 묻은 수상한 사람 2명이 시내버스를 타고 주문진 쪽으로 갔다는 신고도 접수돼 군경이 추적중이다.
이날 밤 0시20분께는 화물차 운전수가 옥계 톨게이트 부근에서 짧은 머리에 25세 정도의 남자 1명을 강릉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어 무장간첩인 것 같다고 이날 하오 경찰에 신고했다.
◎무장간첩 침입받은 이규택씨/TV 보던중 들이닥쳐 “태백산 줄기가 어디냐”
권총을 든 무장간첩이 자신의 집에 침입하는 바람에 10여분동안 공포에 떨었던 이규택씨(62·강원 강릉시 강동면 임곡1리)는 『침착하게 대응해서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무장간첩이 언제 왔나.
『반상회를 다녀온 후 하오 9시께다. 혼자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이 닥쳤다.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 어두워 무슨 옷인지 모르겠으나 군복이 아니고 사복을 입었던 것 같다』
―무장간첩이 무슨 말을 했나.
『처음에는 「너무 놀라지 마라」 「편하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말투가 북한억양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굳이 말 안해도 잘 아시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위치가 어디쯤 되느냐. 태백산 줄기가 여기서 얼마쯤 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태백산 줄기는 여기서 20리쯤 도로를 타고 올라가야 된다고 말했다』
―무엇을 가져갔나.
『담배를 달라고 해서 가지고 있던 새 담배 2갑과 피다 남은 담배 반갑을 줬다. 성냥 2갑도 줬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옥수수 삶아 놓은것 4개를 줬다. 간첩은 옥수수껍질을 엮어서 들고 갔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
『「미국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강릉=특별취재반>강릉=특별취재반>
◎북 잠수함 신고 택시기사 이진규씨/수상한 남자·「돌고래물체」 목격 접근 순간 비명
민간인으로서 북한의 잠수함을 발견한 강원 대종운수 소속 택시운전사 이진규씨(37)가 강릉에서 동해행 손님을 태운 것은 18일 0시께였다. 20분정도 차를 몰아 동해고속도로 상의 강릉시 강동면 모전리 동광주유소 앞을 달리고 있을 때 도로 오른쪽에서 서로 마주보는 자세로 쪼그려 앉아있는 남자 2명이 전조등에 비쳐 보였다.
이들은 마른 얼굴에 스포츠형 머리였다. 또 어두웠지만 길 건너편에도 3∼4명의 남자가 있었던 것 같았다.
이씨는 강릉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보다 절반정도 감속한 채 길가에 「이상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수상한 남자들을 목격했던 곳 부근에서 해안도로로 들어선 이씨는 바다 가까운 곳에 차를 세웠다. 2∼3분 걸었을 때 얕은 바다에 돌고래처럼 생긴 물체가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윤곽이 잠수함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사람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곧바로 인근 강동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다.
이씨의 신고가 경계근무중인 초병보다 앞선 것이 입증된다면 이씨는 간첩선을 신고한 포상금으로 최고 1억5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투철한 신고정신과 호기심 덕분에 평생의 소원이던 개인택시를 몰 날을 눈 앞에 두게 된 것이다.<강릉=최윤필 기자>강릉=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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