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노동력 등 비효율 때문 분석우리 경제가 연간 7%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8일 우리나라의 잠재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이 지난해까지 7.2%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6.8%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잠재GNP 성장률은 물가상승 등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로 우리 경제가 물가상승 없이는 7%대이상의 고속성장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은은 특히 이같은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자본과 노동력 등 생산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노령층 등 유휴노동력이 많은데도 노동증가율은 94∼95년 2·4분기 2.9%이던 것이 95년 4·4분기부터 2.7%대로 떨어졌다. 과소비와 소비성향이 강한 노령층의 증가 등으로 저축률이 떨어져 자본증가율은 10.4%에서 9.9%로 떨어졌다. 경제의 미래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투자(연구개발비)증가율도 90∼93년 18.8%에서 94년이후 11∼12%대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기본체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시속 7㎞이상으로 달려도 혈압상승(물가상승)이나 탈수증(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유출)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이제 시속 6㎞로 달려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 지경이 됐다. 선진국처럼 몸체가 커질대로 커졌기 때문이 아니고 신체에 군살(사양산업)이 끼고 영양분(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성장속도가 둔화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민간연구소들은 한은의 잠재성장률 분석에서 경제자원을 배분·활용하는 사회체제의 효율성에 대한 지표는 빠져있으나 이를 포함하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6.5%에도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사양산업이나 마땅히 도태되어야 할 산업 등에 자원이 묶여 있거나 정부부문에 자원이 지나치게 몰려있는 것 등도 성장잠재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홍순영 박사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선진국과 달리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때문에 나타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근거로 고성장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특히 한은의 분석에서는 노동력을 단순히 양적으로 측정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교육열로 노동력의 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속성장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잠재성장률은 6%대인 상황에서 7%대의 성장을 유지한 결과 물가가 오르고 경상수지적자가 20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며 『경제의 기본체력을 보강해가면서 성장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기본체력을 보강하지 않은 무리한 성장정책은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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