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계 어쩌다 이지경” 충격/적 잠수함 침투 레이더서 놓쳐/50m앞 좌초도 2시간여 몰라/비난 우려 한때 잠수함을 잠수정 발표 “해프닝”강릉의 무장간첩침투사건을 둘러싸고 군 안팎에서는 「군 경계태세」의 중대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잠수함의 해저 침투가 레이더 등을 통해 전혀 포착되지 않았으며 육상의 초병이 근무를 태만히 하는 바람에 발견자의 신고가 묵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등 기본적인 경계태세 조차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침투 선박의 종류와 제원 등의 파악과 관련, 잠수정과 잠수함을 오가는 납득하기 어려운 혼선이 빚어져 군의 위기관리능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군은 누누이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다짐 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육군과 해군의 육·해상 경계능력에 큰 구멍이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군사전문가들은 우선 해군의 경계태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침투 선박이 철제 소형잠수함 이기 때문에 경계근무중인 수상함 또는 해안 레이더 등에 포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이같은 비난을 우려해 침투선박이 잠수정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를 뒤늦게 잠수함으로 수정했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생포된 이광수의 진술대로 잠수함이 기관고장으로 수시간 동안 동해상에서 표류했었다면 그동안 해군의 해상경계는 정지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해군관계자들은 소형 잠수함 등이 수심이 얕은 연안을 따라 침투할 경우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한다. 침투가 예상되는 길목마다 수상함이나 해상초계기 등에서 수중탐지음파를 발사해 사전차단을 해야하나 연안에서는 가용장비 부족 등의 이유때문에 이러한 작전이 거의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또 육군의 해안선 경비가 매우 부실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잠수함이 발견된 지점에서 겨우 50여m 떨어진 곳에 군 초소가 있었으나 소초장 등은 새벽 2시께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군·경이 출동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잠수함의 존재를 확인했다. 당시 초병은 외곽근무를 하지않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침투 잠수함이 좌초한 시간이 이날 자정 전후였던 것으로 미루어 2시간여 동안 소초는 경계부재상태에 있었다. 더욱이 초동신고가 사실상 무시됐다는 지적을 받는 등 소초의 근무상황은 한심한 지경이었다는 것이 군 내부의 지적이다. 잠수함이 발견된 직후 야간 탐조 등을 장착한 헬기를 가동시키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명의 소초장이 짧게는 50∼60m, 길게는 6백여m 가량 간격의 초소 11개를 책임지는 여건에서 물샐틈 없는 경계가 힘들다는 설명은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육군측은 최근 몇년사이 해안선 철책선이 거의 철거되었으며 해안 방위병제도가 없어져 충분한 경계병력을 동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군의 설명대로라면 「현실적 여건」이 미비해 불가항력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어떤 상황과 여건의 변화가운데서도 적의 공격과 침투를 완벽하게 막아야 하는 것이 군의 당연한 책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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