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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댁 호화경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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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댁 호화경사(사설)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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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못차리고, 분수를 모른다」더니 이건 너무 심하다. 여야의 부총무단이 해외출장길에 공무를 팽개친채 호화쇼핑과 추태로 국민을 분노케 하더니 이번에는 인천출신 이강희 의원이 아들 결혼식을 경비행기까지 띄워 축하쇼를 하는 등 초호화판으로 치러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몰지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갈수록 실망스러워진다.인천시청 운동장에서, 그것도 2천여명의 하객들이 운집했다는 결혼식 자체에 대해선 뭐라고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축 결혼」이란 플래카드를 매단 경비행기를 띄워 축하비행을 하게 하고 무대에는 드라이아이스와 비누방울을 뿌려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게 어디 지도층이라는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자리란 말인가. 또 축의금 창구에는 하객들로 붐볐고 시청주차장은 물론 시청 광장까지 차량이 넘치는 혼잡으로 시민들의 통행을 짜증나게 했다.

지금은 경기침체와 물가앙등으로 전국민이 수심에 빠져 있는 때다. 또 연천·파주·철원의 수재민들은 여전히 다가오는 추위를 걱정하며 망연자실해 있는데 허리띠 졸라매기에 앞장서야 할 지도층·국회의원이 과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요 심부름꾼이자 사표다. 국민을 지도하고 이끌 책임이 있는 공인이다. 공인이 모범을 보일 때 국민은 따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임기벽두 「국익·공익 우선으로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것」을 선서했고 국회법에는 품위유지의무를(24조), 윤리강령에는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뜻있는 지사와 공복이 요구된다고 했지만 이땅에는 공인정신이 점점 실종되어가고 있다. 지도층·국회의원에게서 염치가 없어져가고 있음은 가슴아픈 일이다. 염치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부끄러움은 곧 국민에 대한 책임감―책임의식이다.

호화관광쇼핑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 여야부총무단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들에게 사과는 커녕 반성하는 빛도 찾기 힘들다. 처음에 당장 징계를 할 듯하던 국회의장과 각당 수뇌들도 날이 갈수록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의원의 품위를 실추시켜 국민을 분노케 한 이상 당연히 국회윤리위에 회부, 징계를 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그렇다면 윤리위는 한낱 장식품으로 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의원들의 추태·탈선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추태·탈선이 초래할 것은 정치불신과 지도층 불신밖에 없으며 결국 사회 기강문란으로 이어질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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