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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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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개정협상이 우리의 안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성과없이 끝났다. 언제 다시 열린다는 기약도 없다. 양국 주무장관 합의대로라면 지난 1월에 이미 마무리 됐어야 할 일이다. ◆협상이 끝난 다음날 용산 주한미군본부 제1정문 앞에서는 26개 시민단체가 모인 「주한미군범죄 근절을 위한 운동본부」(대표 전우섭 목사)회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 며칠전 동두천에서 미군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이기순씨사건에 대한 미국측의 사과와 행정 협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하는 모임이었다.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 성폭행 사건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이 줄지어 사과했지만 주한미군은 지난 50년간 거의 매일 미군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며 전목사는 목이 메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행협개정 합의의 직접 계기가 됐던 서울 지하철 성희롱 사건 때도 그랬다. ◆레이니 주한미대사는 의회에서 그 사건이 한국언론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었다. 행협개정 분위기도 따라서 김이 빠졌다. 희롱을 당한 한국인 여성이 미군병사의 부인이라 해도 그렇다. 한국인 승객이 가득찬 지하철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었던가. 자기 부인이라 하더라도 대중앞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더구나 이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땅이다. 미군병사들은 한국의 관습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존중하도록 교육받아야 마땅하다. ◆얼마전 싱가포르 당국은 한 불량 미국소년에게 태형을 집행했다. 관용을 비는 클린턴 대통령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미국의 맹방인 한국국민을 모두 반미주의자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행협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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