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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거는 이민의 나라(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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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거는 이민의 나라(프리즘)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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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남쪽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천천히 걷다보면 마치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온듯한 착각이 들곤한다. 아시아계 인파가 거리를 메울 뿐아니라 한자 투성이의 간판이 주를 이루고 영어는 간간이 섞여 있기때문이다. 이스턴 스테이츠 절에 은은한 향내가 풍기는 가운데 100여개의 금불상들이 촛불에 반짝이고 시주한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다. 중국 대륙에서 나오는 온갖 산물과 음식을 미국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이다.중국계 미국인 8만명이 사는 차이나타운은 중국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세기말 중국인 노동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건너와 철도공사현장에서 일했지만 이곳은 그들에게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철도회사의 가혹한 착취와 백인들의 테러로 숱한 중국인이 죽어갔다. 수치스러운 미국역사의 한 장면이다.

20세기초 미국정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맨해튼 남쪽에 땅을 떼내 중국인들이 집단거주할 곳을 만들어주었다. 10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차이나타운은 세계 금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경제력을 확보, 미국내에서 중국인들의 위치를 굳혀나가고 있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다. 맨해튼에는 독일 이민자들의 초기정착지인 요크빌,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고향 헬스키친, 라틴아메리칸들의 거주지 엘바리오와 리틀 이탈리아, 리틀 인디아 등이 있다. 한국인 거리인 코리아웨이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의 배경으로 알려진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서 초기 영국 이민자들의 정착촌이 발굴됐다고 시끌하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복지개혁법안으로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의 복지혜택이 줄어들었고 보수진영에서는 이민법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인디안 원주민을 몰아내고 이민자들이 건설한 나라, 미국은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이민자들에게 빗장을 거는 전환점에 서있는 것같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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