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재무장으로 구조적 불황 이기자”/제로베이스 예산제 도입 즉흥적 낭비요소 제거/근검절약·근무시간 준수 등 10대 강령 만들기도『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
제일모직이 최근 제로(Zero)베이스 예산편성, 정신적 거품제거를 위한 10대 행동강령 제정 등을 통해 조직내부에 만연돼 있는 각종 비생산적 요소를 척결하기 위한 대수술에 나섰다. 졸라맨 허리띠를 다시 한번 조이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자세로 경영의 거품을 완전히 빼겠다는 각오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불황탈출을 위해 감원 임금동결 등을 추진중인 것과 대조적으로 제일모직은 『국내경기의 구조적 불황은 무엇보다도 의식에 남아있는 거품에서 비롯됐다』며 대대적인 정신재무장운동에 들어갔다.
버블제거의 첫번째 타깃은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전년도를 기준으로 하는 예산편성에서 탈피, 모든 예산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짜는 것이다. 해마다 전년 예산에 물가상승률과 금리·환율 등을 감안, 타성적으로 편성해온 예산체계를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평소 낭비요소인지 아닌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기존 관행을 완전히 뒤엎겠다는 것이다.
이달초 제로베이스 예산제가 도입된 이후 각 부서별 전산망에는 교제비 도서구입비등 전 예산항목이 0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제비를 받으려면 지출내역을 입력, 타부서와의 경쟁을 통해 우선순위에 들어야만 한다. 매달초 일정한 예산이 할당됐던 과거와 달리 돈 쓸 때마다 두번 세번 생각하게 된 셈이다.
또 각 부서별로 『교제비는 즉흥적으로 과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지출규모를 미리 정하고 사전승인을 받자』 『위로성 격려성 출장은 없애고 항공기 탑승등급도 대폭 낮추자』는 등 예산사용의 자발적 기준안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생산직 사무직을 망라한 4,800여명 전직원이 버블제거를 위한 행동지침을 제출, 이를 토대로 회사차원의 10대 근무강령이 제정됐다.
이 강령에는 ▲사치와 낭비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한다 ▲일과후 하루 1시간이상 반드시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근무시간에는 업무에만 전념한다 등의 결의가 담겨 있다.
제일모직은 이밖에도 버블제거를 위한 실천아이디어 제안캠페인도 전개, 전사원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제안내용중에는 『현재 2개(재생용 폐기용)로 돼있는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을 3개로 하자. 재생용 쓰레기통의 경우 신문 폐지류와 음료수 캔이 동시에 버려져 종이가 수분에 젖는다』 『회사 업무용 차량에는 「이 차가 교통질서를 위반하면 아래전화로 연락해 주십시오」라는 스티커를 부착, 항상 올바른 정신자세를 유지하고 잠재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자』는등 각종 방안이 제시됐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현 불황은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거품에서 비롯됐다』며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의식을 전환할때 구조적 불황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