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인 김영삼 대통령의 중남미 5개국 순방으로 중남미가 새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번 순방의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들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공동협력의 기반을 구축한 점이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우호협력」을 넘어 공존공영의 동반자임을 새로 인식하는 한편 특히 21세기를 겨냥한 시장과 자원확보의 교두보를 설정한 것은 귀중한 성과라 하겠다.33개 나라와 인구 4억5천여만명의 중남미는 지금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먼 지역, 우리와 관계없는 대륙, 광대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의 보고, 군사독재하에 살인적인 인플레와 눈덩이 같은 외채의 지역으로 이해됐었다. 그런 지역이 이번 순방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유력한 시장이며 신대륙으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김대통령이 「중남미는 우리가 진출해야 할 뉴프런티어인 동시에 저들이 잠을 깨고 무서운 경쟁자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은 매우 음미할 만하다.
순방중 이들 국가들과 투자보장 등 9개협정에 서명하고 은행진출과 함께 자동차와 전자산업의 합작 및 광물자원개발 등에 30억달러 상당의 투자에 합의함으로써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참여하고 시장진출의 기반을 확보한 것은 의의가 크다. 이는 앞으로 남미공동시장(MERCOSUR) 안데스공동체(ANCOM) 중남미공동시장(CACM)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대통령이 2000년까지 이 지역에 대한 교역량을 2백억달러로, 또 투자액은 수년내에 1백억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한 것은 자원과 시장확보를 위한 것뿐 아니라 이들 국가들을 경제협력의 확고한 파트너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번 순방성과가 경제협력의 측면은 물론 정치적인 면에서도 적지않지만 확고한 교두보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1회의 국가원수 방문과 합의만으로는 곤란하다. 지속적인 교류와 관계강화로 실질협력관계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중미 5개국과의 연례협의체,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등과의 각계인사가 참여하는 현인회의, 페루와의 관민무역·산업협력위를 점차적으로 보강, 활성화시켜야 한다. 외무부에 중남미국 신설은 작은 정부 원칙과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국이 중남미와 끈끈한 유대를 강화하고 이 지역 정치 및 경제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실천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제 대통령의 순방으로 가까워진 한국과 중남미관계는 정부와 경제계 등 민간각계가 힘을 합쳐 새자원 기지, 새상품시장, 새협력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 큰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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