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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동결·대량감원등 경제적 위기감 팽배(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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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동결·대량감원등 경제적 위기감 팽배(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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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심층적 방안 제시로 사회불안 해소를찰스 라이트라는 언론학자가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고전적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언론은 사회에 대해 「정보전달의 기능」 「오락제공의 기능」 「환경감시의 기능」과 「사회조절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언론을 보면 앞의 세가지 기능들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듯하나 마지막 「사회조절의 기능」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의제는 「경제적 위기감」이다. 매일의 언론보도를 접하다 보면 「우리 경제가 거의 벼랑끝에 서있지 않나」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처방이라고는 정부가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공무원 임금 동결」을 발표했고, 이에 질세라 재벌급 기업들에서 「임금동결」은 물론 거품인력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대대적인 감원」을 시도한 것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급박하고 심각한 움직임에 당황하고 불안하기까지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언론에서 이를 급작스럽게 그리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을 기점으로 전반기만 하더라도 「반도체불황」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가 걱정된다는 수준이었으며 전체적으로 불황국면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가 7월들어 가격인상과 더불어 과소비적 해외여행과 사치품수입 등을 문제삼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발표가 있자마자 급박하게 「경제위기설」이 대두되더니 더할 수 없는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가 이러한 비관적 상황에 빠지기까지는 일정정도의 경과기간이 있었을 것이며 여기저기에서 사전 조짐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한 시점에 우리 언론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매일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인터넷과 정보통신혁명에 대한 희망찬 미래의 제시 속에서 이와같은 경제적 불안은 감지되지 못했고 연일 게재되는 「대권논쟁」과 그에 따른 정치인들의 파행적 동태들 속에서도 경제적 위기는 감지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경제상태의 심각성이 부각됐고 그로 인해 사회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사회적 「공황」 상태로 언론이 해야 하는 적절한 「사회조절기능」을 소홀히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특히 사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고 학식과 경륜으로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40대와 50대 노동자들의 감원에서 비롯되고 있다.

왜 우리사회는 경제적 난국이라고 할 때마다 최우선적으로 노동자들의 감원부터 거론하는지 모를 일이다. 경제가 불황을 겪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는 구조적 모순과 정책의 불안정성, 미래예측에 대한 부정확성 등이 근본 원인일텐데 이에 대한 시정은 멀리한 채 가장 쉽고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동자의 감원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량이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어 대대적인 실업현상이 발생하면 더없이 크나큰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부메랑 효과」의 비극적 종말이 우려된다.

다행히도 한국일보는 직원감량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구조개선」의 시급함을 지적하고 나섰고 이에 대한 구체적 처방도 제시하고 있어 사회를 불안의 상황에서 구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9월 9일자부터 시작한 「불황을 이긴다」는 연재특집 기사에서 기업들의 경제난국 대처방안을 직원감량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 노력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9월 12일자에선 1면 톱기사로 정부가 「고용과 임금구조에 대한 구체적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9면의 「특집기사」는 경제적 불황을 직원들의 감원보다는 오히려 적극적 투자기회로 생각하여 투자량을 늘리고 수출지역을 확대하며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방안으로 대처하고 있는 경우를 부각시키고 있다.

공무원 임금동결과 일부 대기업의 충격적인 직원감원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은 이와같은 언론의 조절적 기능수행으로 인해 다시금 정상적 분위기로 회복될 수 있다. 우리 언론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심각한 의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와같은 조절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여 사회가 심각한 불안상태로 빠지지 말게 해야 할 것이다.<백선기 경북대 교수·미 미네소타대 신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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