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재개 6월부터 물밑 논의/“아직 원칙공감수준” 관측 유력북한의 경제개발이 결국 일본의 대북배상문제와 연계되리라는 관측은 나진·선봉개발구상의 초기단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시각이다.
외자의존형 개발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나진·선봉개발의 관건은 외자유치이며, 서방기업의 대규모 투자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북한이 투자상대로 의지할 곳은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별초청에 이은 우리측의 불참결정이 말해주듯이 북한은 「남한배제전략」을 여전히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반해 일본은 중소기업위주로 참가자를 선발했던 우리와는 달리 미쓰비시(삼릉)상사와 스미토모(주우)상사 및 미쓰이(삼정)그룹 등 다국적 대기업이 참가했고 특히 60년대에 가시마(녹도)공단을 설계했던 도요(동양)엔지니어링이 나진·선봉의 우암공단설계를 맡는 등 우리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암공단 설계는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중화학공업위주로 돼 있다.
일본의 대북배상문제가 나진·선봉투자와 연계되는 듯한 조짐은 한·미 정상의 제주 4자회담 제안으로부터 불과 2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6월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제주 3자고위협의회 이후 일본은 이른바 「수교·교섭 분리원칙」에 따라 대북 정부·민간교섭을 활발히 재개했다.
김정우 북한대외경제협력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해 경제계인사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였고 이철진 북한외교부일본과장과 벳쇼 고로(별소호랑) 일본외무성 북동아과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일수교문제에 대한 접촉을 재개했다.
투자 설명회에서 발표된 투자촉진안내서를 보면 민간접촉은 투자유치문제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개발기본구상계획의 조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간 접촉에서는 「접촉채널유지」라는 일본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나진·선봉개발에 대한 일본의 협조방안, 구체적으로는 나진·선봉에 대한 투자와 대북배상문제의 연계방안이 깊이있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북·일간의 협의는 아직 원칙적인 공감에 불과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대북배상과 나진·선봉투자의 연계는 1차적으로 나진·선봉에 대한 일본정부의 투자보장각서 같은 형태로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수교일정 등 보다 큰 문제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극도의 보안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상황파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대북배상과 나진·선봉에 대한 일본기업의 투자를 연계시킬 경우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은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우리정부가 이같은 가능성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가 주목된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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