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왕국의 야전사령관/「참나무통 맑은 소주」으로 「김삿갓」 돌풍 막아/시장파악 매일 술마시는 “괴로운 주당”(주)진로와 진로쿠어스의 마케팅 담당 황시봉 이사(40)는 주류업계에서 「잘나가는 야전군 사령관」으로 통한다. 고급소주시장을 새로 개척하면서 대히트를 친 보해양조의 「김삿갓」 돌풍을 「참나무통 맑은 소주」로 잠재우면서 소주왕국 진로의 건재를 과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진로가 6월에 내놓은 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8월 한달동안 770만병(출고량기준)이 나가 보해양조의 「김삿갓」780만병에 거의 육박, 고급소주시장에서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맥주시장에서도 94년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시장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 올려 놓는 등 OB맥주와 조선맥주의 견고한 방어선을 뚫고 확고한 둥지를 잡을 수 있도록 작전을 지휘한 것도 황이사다. 진로의 술이 잘 팔리고 못팔리고가 모두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김삿갓 돌풍이 한창이던 6월에 내놓은 「참나무통 맑은소주」의 이름과 영업전략도 황이사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이름이 너무 길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내외의 반대가 거셌으나 『「참나무…」가 숙성소주라는 제품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김삿갓등 복고풍 이미지와도 차별화 할 수 있다』며 이를 관철시켰다. 기존 소주와의 완전 차별화를 내세운 김삿갓과 달리 한단계 높은 맛을 추구하되 기존 소주 소비층을 흡수한다는 황이사의 전략도 맞아 떨어졌다.
『기존 소주 맛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하면서도 맛을 부드럽게 하고 제품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동시에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대신 값은 경쟁사 제품보다 낮게 책정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공인회계사인 황이사는 국내의 대표적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다 91년 진로와 유나이티드디스틸러스사와 합작사인 진로유나이티드디스틸러스에 기획관리담당이사로 오면서 기업현장에 나섰다. 기업경영을 자문해 주는 컨설턴트를 하다보니 기업경영의 일선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뒷전에서 훈수나 두는 것처럼 여겨져 자리를 옮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이사는 시장동향과 아주 작은 소비자의 기호변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원이나 친구들과 매일 저녁 술자리를 잡을 정도로 「주당아닌 주당」이다. 다른 주당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포장마차에서부터 음식점, 카페, 고급 룸살롱 등 다양한 술집을 골고루 찾아다니며 폭넓게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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