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기원·김밥체인점 등서 책쓰기까지/“평생직장 옛말” 양다리 걸치기서 전업도직장인들 사이에 부업갖기 붐이 일고 있다. 전경련의 대기업 임금총액 동결 발표를 시발로 산업계에 불어닥친 대량감원 바람으로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부업을 찾는 샐러리맨들이 늘고 있다. 「평생 직장」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고 낮에는 직장으로, 밤엔 부업전선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부업은 본인이나 부인이 직접 나서서 하는 경우와 동업하는 방식이나 부인이 주도하되 남편은 퇴근후에 일을 거들어 주는 경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어느 경우나 불시에 실직당할때 부업을 생업화할 수 있을 뿐더러 직장 재직시에는 부족한 월급을 보충, 보다 넉넉히 가계를 꾸려 나갈 수 있다.
재벌계열 섬유업체 과장 함모씨(40)는 지난해부터 부업으로 부인과 함께 김밥체인점을 해왔는데 월 순수입이 300만원대로 짭짤한 편이다. 바짝 달라붙으면 더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중 마침 회사에서 명예퇴직제를 실시해 장려금 7,000만원 퇴직금 4,000만원등 1억1,000만원을 받고 지난달 회사를 그만 두었다. 김밥집을 하나 더 차릴지 다른 사업을 할지 궁리중이다. 함씨는 일은 고되지만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어 속이 후련하다고 말한다.
A전자 과장 금모씨(36)는 지난 연초 기구축소과정에서 이른바 한직으로 발령받자 내친 김에 부업에 나서 기원을 개업했다. 하오 5시 전후면 업무가 끝나 저녁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다 낮시간에는 봐줄수도 있어 용기를 냈다. 집근처 신림동 대학촌 주변에 25평 규모의 기원을 차렸다.
아마 3단의 바둑광인 김씨는 퇴근후와 토·일요일의 거의 모든 시간을 기원에서 보내고 있고 다행히 손님이 끊이질 않아 가게 월세와 종업원인건비 등을 주고나도 월평균 300여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쉴 시간이 없어 몸은 피곤하지만 직장일에만 목매달던 시절보다 마음은 편해졌다』고 토로했다.
많은 시간과 돈,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업보다는 문자 그대로의 아르바이트성 부업을 갖는 직장인들도 더러 있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학생과외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고 전산직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산프로그램개발 등으로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만지기도 한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재미삼아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한밑천 챙기는 직장인도 있다. S엔지니어링 사원 최모씨(27)는 6월말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 두달동안 출판사로부터 인세로 1,000여만원을 받았다. 주로 퇴근후에 인터넷강사로 활동하면서 번 돈을 더하면 1년치 봉급 못지 않다. 직장인 저자들은 주로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도 전문지식만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는 컴퓨터 증권분야에 근무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이다.
D증권 조모씨(37)는 주식투자에 컴퓨터기법을 응용한 CD롬 서적을 출간하는 등 증권사 직원만 50여명이 현재 저서를 낸 것으로 서점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경총의 고급인력정보센터 전대길 소장은 대부분 기업은 사규로 사원의 부업을 금지하고 있어 부인이 부업을 꾸려나가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부부인 가정주부 박모씨(42)는 지난 연말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퇴직금 8,000여만원을 받았다. 교사인 남편의 강력한 지원약속에 용기를 내 퇴직금에 1,000만원을 보태 살고 있는 아파트부근 상가에 아이스크림전문점을 차렸다.
5평짜리 가게 보증금과 권리금으로 3,500만원, 장식비 냉장고 등 설비비, 본사 기술비로 5,500만원이 들었다. 아파트 부근에 초등학교와 여자중학교가 있어 장사는 예상보다 쉽게 풀려 나가 개업초 10만원 정도이던 하루 매상은 20만원대로 뛰어올라 한달에 300만원 가량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기업은행이 개설한 창업교실에는 감량경영과 이에 따른 부업찾기 열풍을 반영, 정원의 3배가 넘는 직장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기업은행 정윤양 기업협력팀장은 『예년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기존 소기업 경영자나 여성 개업희망자였으나 이번 신청자들을 분석한 결과 30,40대의 대기업 명예퇴직자 및 조기퇴직 예정자였다』며 『위 아래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 중간 관리층의 고뇌와 갈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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