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진보보수 양대세력… 보수교단서 주장/KNCC측선 “태동배경·시대인식 큰 차이” 냉담한국개신교를 대표하는 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통합돼야 한다는 주장이 보수교단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KNCC(대표회장 정복량 목사)와 한기총(대표회장 최훈 목사)은 각각 개신교내 진보와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연합체로 이들에 대한 통합여론은 개신교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홍순우 목사)가 지난 9일 서울 창신교회에서 「한기총은 어디로」라는 주제로 개최한 월례발표회에서 한명수목사(창훈대교회·전 한기총 총무)는 『진보와 보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어느 한 쪽을 강조하면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하고 『KNCC와 한기총이 합쳐 새로운 연합단체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정진경 목사(신촌성결교회·전 한기총대표총무)도 교계를 하나로 통합, 대표성을 지닌 연합체가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통합론에 대해 한기총은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KNCC는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정연탁 한기총사무처장은 『연합과 일치는 개신교의 기본정신이며 두 단체의 통합은 한국개신교에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며 『서로의 색깔을 강조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KNCC는 『역사와 사회적 위상이 다른 단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통합에 부정적이다. 박종화 KNCC국제위원장은 월례발표회에서 『두 단체는 태동의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상황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각자 정체성을 충실하게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가능한 통합보다는 상호보완적 기구로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KNCC가 세계교회협의회(WCC) 회원으로 군사독재시절부터 최근까지 줄곧 사회구원 우선의 선교자세를 지켜온 반면 한기총은 보수세력이 89년 KNCC 견제를 겨냥해 만든 연합체이다. 색깔이 뚜렷하게 다른 만큼 두 단체는 지금까지 95·96년 부활절연합예배와 95년 8·15 남북평화통일기원예배 등을 제외하곤 공동사업이나 행사를 주최한 적이 없을 정도로 독자행로를 걸어왔다. 교계에서는 최근의 통합론이 보수교단의 구심적 상실과 함께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KNCC는 지난 2월 대표적 보수교단인 예장통합에 이어 6월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중심이 된 기독교하나님의성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합체로 위상변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한기총은 최근 총무선임을 놓고 4개월간 난항을 겪는 등 지도력 부재, 회원교단간 결속력 약화 등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90년대 들어 주춤해진 한국개신교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두 단체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론은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교계는 전망한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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