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분유에 발암물질이 함유된 사실을 시인, 충격을 주었던 보건당국이 하루만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 국민들이나 업계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이번 발암분유파문 역시 과거에 있었던 여러가지 식품파동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데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식품파문 때마다 확실한 검증없이 유해사실부터 무조건 터뜨린 뒤 엄청난 혼란과 업계의 비명이 들리면 그때 가서야 인체에 무해하다고 서둘러 발표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무혐의처리해 파문을 진정시켜 버리는 무책임한 보건행정의 타성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과 불안은 다음의 여러 이유들로 말미암아 더욱 증폭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지적될 게 식품의약품안전본부의 무책임함이다. 말뜻 그대로 식품안전을 책임진 유일의 부서라면 우유와 분유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중시, 그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일의 순서다. 그런데도 구체적 근거제시 없이 독성물질의 양이 적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부터 앞세우며 태연해 하는 당국의 태도란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자세는 국민건강보다는 책임회피나 업계파동진정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발암가능물질인 DOP와 생식능력저하촉진 물질인 DBP 등의 유해성이 외국에서 이미 논의된지 오래인데도 섭취허용치 또는 기준량을 정하지 않아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유럽연합국가들 수준의 기준은 정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셋째로는 독성물질발견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 규명과 종합대책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경우만 보더라도 DOP, DBP의 유입경로문제조차 아직도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착유기 자체의 성분에 원인을 돌리는가 하면, 원유의 배송과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관로 또는 포장용기에 문제가 있다는 여러 주장들이 난무하는데도 아직 검사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착유기에서 DOP 등이 검출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당국이 문제의 제품명을 계속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의혹을 더하게 한다. 보건당국은 조사대상이었던 19개 제품중 시판우유와 유아용분유 각 1개씩을 제외하고는 모두에서 두가지 독성물질이 발견됐다면서도 검출된 제품과 회사명은 밝힐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성있는 식품안전행정은 언제쯤이야 가능할 것인가. 당국의 분유파동에 대한 보다 분명한 진상공개와 성의있는 대책마련, 그리고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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