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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파괴」의 허와 실/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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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파괴」의 허와 실/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입력
1996.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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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합작제약회사인 한국오츠카제약이 35세 차장을 대표이사사장으로 전격 발령, 시중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보다 3개월여 전에는 뉴코아그룹이 입사 12년차 부장을 계열사인 뉴타운산업의 대표이사로 선임, 「승진파괴」의 개막테이프를 끊었다.이같은 승진파괴는 실력과 패기를 갖춘 젊은 직장인들에게 『나도 수직상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제시, 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특별한 대과만 없으면 서열에 따라 승진을 하고 오르는 봉급도 받게 된다는 안이한 직장 분위기를 바꾸는데도 일조를 할 것이다.

사실 승진파괴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경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있어온 드물지 않은 인사방식이다. 하루가 다르게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때 기업들이 생존 내지는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선진국들처럼 서열보다는 능력위주의 인사제도를 도입, 착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찬사만 보낼 사안은 아닌 것같다. 국내업계에서 이같은 승진파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뉴코아와 한국오츠카는 혁명적인 인사제도를 처음으로 소신 도입한 만큼 신중한 검토와 숱한 고민을 거쳤겠지만 이를 하나의 유행으로 파악, 맹목적으로 추종하려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번 해보자』거나 『깜짝 쇼를 통해 내 회사도 주위의 관심을 끌겠다』는 후발기업은 최소한 나오지 않아야 한다.

얼마전 전문 등산인 선배를 만나 들었던 얘기가 이번 승진파괴와 묘하게 오버랩됐다. 그 선배는 77년 한국등반대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은 고 고상돈씨를 비롯한 대원들의 투지와 의지의 소산이지만 김영도 대장의 연륜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젊은이들이 이미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자칫 소홀하기 쉬운 실패요인들을 김대장이 노파심삼아 수시로 일깨워 주었기에 쾌거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그 선배의 분석이었다.

젊음의 패기와 도전욕구 못지않게 경륜의 무게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재계는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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