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교육자치가 왜 이처럼 썩어가고 있는 것일까.서울시교육감선거때 교육감 출마를 희망했던 한 교육위원이 4명의 교육위원들에게 5,000만원씩을 주고 한표를 부탁했다가 무더기로 구속됐고, 이 과정에 끼어들어 역시 거액을 받은 제1야당 부총재마저 쇠고랑을 찼다.
또 지난 7월 제2대 전북교육감으로 당선, 취임한지 한달 남짓한 현직 교육감이 1대 교육감선거때 금품을 뿌린 혐의가 잡혀 역시 구속됐고 충남도교육감도 선거때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아 금명간 검찰에 소환될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깨끗해야 할 교직사회에서, 또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가장 투명하고 한점의 티없이 치러져야 할 교육감선출이 왜 이처럼 「돈판선거」로 부패하고 타락하기에 이르렀는가. 정치로부터 교육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다는 교육자치가 오히려 정치의 손안에서 놀아나게 된 것인가. 또 제1대 교육위원과 교육감선출 때는 그런 대로 넘기더니 왜 제2대 선출에서 이처럼 「돈판」이 되고 정치가 끼어들게 된 것일까.
그 원인을 찾아내지 않고서는 썩어 문드러질지도 모르는 교육자치를 회생시킬 수 없을 것 같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첫째는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문제이고 두번째는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방식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꼽을 수 밖에 없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출마를 희망, 거액을 살포한 문제의 교육위원은 교육감은 고사하고 교육위원이 돼서도 안될 사람이었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학교를 4개나 운영하는 육영사업가라고 하지만 10여년전 서울교육청 직원 33명을 중상모략했다가 무고로 밝혀져 철창신세를 진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4년전 1대교육감선거때 거액을 뿌리고 교육감 자리를 탐했다가 실패한 경력있는 전북도교육감만 해도 그렇다. 교육감 자리를 무슨 떼돈이나 버는 자리로 알고 아예 돈판선거를 시도한 장본인이었다면 이번에도 교육감으로 뽑히는 것이 차단됐어야 한다.
그런데도 하물며 현행 교육위원과 교육감선출방식은 이러한 자격미달의 사람들을 차단할 수 없게 돼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개혁위원회는 3차교육개혁방안에서 지방교육자치제도 개혁방안을 마련, 98년 실시를 목표로 관계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방안이 제시한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출방식도 현행제도의 미비점을 완벽하게 개선·보완했다고 볼 수는 없다.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은 교황선출방식을 모방했다. 후보등록이나 추천과정없이 교육위원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얼굴없는 후보에게 투표케 하는데서 돈이 판치고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게 현행제도의 단점이다.
개혁안은 교육감후보등록을 받은 후 소견발표회를 갖게 해 자질과 자격을 검증한 후 교육위원들이 선출토록 하는 공개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개혁안의 최대 단점은 현재 7∼26명인 교육위원을 7∼11명으로 대폭 줄여 만에 하나라도 「돈판선거」가 판을 친다면 매수하기가 훨씬 쉽고 매수금액은 위원수가 준 것에 반비례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정하기가 어렵지 않다.
교육위원 선출방식도 개선됐다고 보기가 어렵다. 교육위원 정수의 3분의 1을 지자체장이 추천하고 나머지 3분의 2를 교육계가 추천, 시·도의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기초의회에서 2명을 추천해 시·도의회가 1명씩을 선출하는 현행 제도의 지역대표성이 삭제되는 폐단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자치가 잘못하면 지자체와 시·도의회에 예속될 소지가 많다는 결정적인 폐단이 있다.
시·도의회 의원은 정당을 가진 정치인들이고 지자체장도 역시 정당에 소속돼 있다. 그러한 정당인들이 교육위원후보를 추천하고 선출하면 교육위원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1야당 부총재가 서울시교육감 선출과정에 연루된 사건이 바로 교육자치가 정치의 손안에서 놀아나게 됨을 입증한 것이다.
때문에 진정한 교육자치를 하려면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을 그 지역 교원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는 교원직선제를 과감히 도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개혁방안이 이미 공표됐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표된 개혁방안은 선거부정을 막기에도 역부족이고 잘못하면 교육자치를 정치와 지자체에 예속시킬 소지가 너무 많다는 것을 교개위와 교육부는 결코 가볍게 봐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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