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혼 깃든 추상화 작업에 전념/색사용 절제·힘찬 붓질 강점/「생성공간」 연작은 불서 호평추상화는 불친절한 그림이다. 구체적 형상이 나타나지 않는데다 기법도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붓질의 강약, 색채배합 등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추상화의 특징이면서 매력이다. 서양화가 이열씨(38·본명 이병열)는 동양정신이 담긴 추상작업으로 국내 추상화단의 맥을 잇고 있는 작가다. 그가 9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이후 매달려온 작품은 「생성공간―변수」연작. 93년 제6회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최고상과 지난 6월 열린 제2회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던 작품도 같은 제목의 추상회화다.
그가 화폭에 담으려 하는 주제는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새로운 이미지」또는 「생명이 탄생하는 원초적 공간」. 그는 검은 색과 흰 색, 살색에 가까운 중간색등을 아껴 사용하는 대신 힘찬 붓질로 얼룩과 번짐효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명상과 관조를 강조하는 동양정신을 표현한다. 또 원숭이, 물고기 등을 연상시키는 암시적 형상으로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가끔씩 희미한 원색의 붓흔적이 어두워지는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는 추상화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작가의 의도를 100% 드러내는 것보다 불완전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국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생성공간」연작은 92년 유럽에서 첫 선을 보였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평론가의 소개로 파리 미로메닐화랑과 머큐리호텔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현지의 관심에 자극을 받았다. 전시기간 내내 전시장에서 한국노래를 들려줄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했고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작품도 호평을 받으며 상당수 판매됐다.
그는 올해초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경기 포천군 소흘면 작업실을 오가며 17∼27일 대구 기림갤러리(053―423―1605)에서 열리는 개인전과 내년 영국과 벨기에화랑에서 요청받은 작품전 준비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내년 미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외 작품가격 조정문제로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인간의 원초적 정서를 반영할 수 있다면 캔버스작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입체와 설치등 새로운 장르로도 세계시장에 도전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나온 그는 현재 모교강사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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