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의 주식이라 할 시판분유에서 암과 불임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니 놀랍다. 복지부산하 식품의약품 안전본부는 13일 최근 수입 또는 국내생산된 11개 분유를 정밀검사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에서 이러한 내용이 밝혀졌다며 인체유해여부 등 정확한 분석 내용을 14일 중에 밝히겠다고 했다.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단순히 어린이 식품에 독성물질이 함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함을 느낀다. 더구나 이러한 검사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진행되었고 검출사실이 2개월여 전에 확인되었음에도 숨겨 왔다는 사실은 국민건강보다는 관련업계의 파문에만 더욱 신경쓴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이번 시판분유에서 발견된 디옥틸 프탈레이트(DOP)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이미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고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디브틸 프탈레이트(DBP) 역시 국내 식품공전에는 절대로 검출되어선 안될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미 각국에서는 이물질 등의 섭취허용기준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대로 잊어 오고 있었다. 이번 검사결과 단순비교로도 선진국 기준치보다 몇 배를 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0년대 이후 산모들의 모유 중심의 육아방식이 분유위주로 바뀌어지면서 현재는 전체의 85% 정도가 분유에 의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도 전국에서는 3백만∼4백만명의 아기들이 이 시판분유를 먹고 자라고 있다. 식품안전본부의 주장대로 인체에 큰 영향은 없다 치더라도 이것이 몸에 축적되어 훗날 예기치 않던 후유증이라도 생긴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독성물질의 유입경로가 젖소 자체가 아닌 우유흡입 때 사용된 착유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여러 유제품으로의 파문도 예상할 수가 있다. 착유기가 모두 같다는 데서 생우유, 발효유, 전지, 탈지분유를 원료로 하는 빵과 과자 등 갖가지 식품에도 연쇄파문이 일어날 수 있으며 유가공이나 낙농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한 우리는 후진국의 영역을 아직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은 처리결과에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지난 4월 발족한 이래의 큰 성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고 정확한 분석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분석내용을 공개하고 선진외국의 관련사항을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기준·규제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유해의혹을 받고 있는 분유가 이 시간에도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 한줌의 의혹도 없도록 사후조치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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