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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자리는 「꿀단지」?/이종구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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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자리는 「꿀단지」?/이종구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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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돈봉투 추태를 보고 슬며시 한마디 단어가 튀어 나온다. 개판이다. 한동안 정치를 두고 개판이라고 했는데 그 「개판」을 교육위원회로 옮겨놓으면 제격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백년지대계」요, 너무도 관심이 지나쳐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교육, 그 교육행정의 우두머리 기관에다가 개판이라는 말을 붙이다니 말도 안된다고 삿대질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 사방에서 터지고 있는 교육감 선출비리 사건은 그 단어를 안성맞춤격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교육감 자리는 꿀단지인 모양이다. 몇천만원의 뭉칫돈이 담긴 쇼핑백과 몇억원대의 액수가 검찰 수사자료에서 버젓이 보인다. 몇군데서만 관련자들이 구속됐지만, 이런 식의 선출과정을 안치렀다고 떳떳하게 나설만한 교육감은 전국에서 과연 몇이나 될까. 무엇이 되려고 거액을 쓴 사람은, 되고 난뒤 그 밑천을 뽑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교육감은 훌륭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우길 근거는 없다.

교육감을 선출하는 교육위원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위원에 교육자 출신은 몇 안되고, 업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권기관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또 이상하게도 초·중등교육과 정치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교육위원중에 정치지망생이 더러 보인다.

교육위원회만 개판은 아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오늘의 교육 현장 대부분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없다면, 전교조의 개혁외침에 동감한다. 왜 그런지, 말 나온김에 그 이유를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본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기 꺼려하는 대목들이다. 첫번째, 일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부모간에 돈봉투 거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돈봉투 수수에서 학부모가 적극적인 경우도 있고, 선생님이 적극적인 경우도 많다. 선생님도 학부모일 경우 제 자식의 선생님에게 돈봉투를 건넨다. 돈봉투의 효용가치를 알고, 건네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두번째, 교육이 전혀 「교과서적」이지 못하다. 지금의 중등교육은 전인교육과 거의 무관하다. 고등학교 3년동안 학생들은 오로지 입시기술만을 죽어라고 배운다. 가장 중요한 고3때는 학교 교실에선 오히려 낮잠을 많이 잔다고 한다. 진짜 입시공부는 방과후에 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선 무엇을 하나. 극소수를 제외하곤 놀다 지칠만큼 죽어라고 논다. 군대 갖다 와선 전공학문은 제쳐놓고 또 죽어라고 취직시험 공부만을 한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너 죽고 나살기」의 제로섬 방식 경쟁에 익숙해 있는 탓이다.

사족같지만 또 있다. 어느 통계를 보더라도 중·고 여학생들의 성적 접촉 상대자와 관련한 조사에서 남자 선생님들이 비교적 높은 빈도수로 등장한다. 이 경우 선생님이 학생을 이상하게 가르치는 셈이다.

그래서 「교육개혁을 백날 하면 뭘 하나」하는 퉁명스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젠 우리도 이만큼 왔으니, 학교현장에서의 돈봉투 문제만은 공론화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돈봉투가 오고 갔을때, 돈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면 어떨지. 돈봉투는 한쪽에선 우리 애만 잘 봐달라는 것이고, 또 한쪽에선 이를 수용하겠다는 불공정 거래의 단초가 되므로 처벌의 바탕은 있는 셈이다. 사방에서 인원감축 감량경영의 소리가 나돌아, 가을이 어째 으시시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가을에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두려움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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