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하루 5시간도 못자고 도서관·외국어학원 전전/학점 높이기 재수강·해외연수 위해 졸업도 미뤄대학마다 취업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잇단 감량경영으로 올해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졸업을 코앞에 둔 대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학 도서관의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며 영어학원도 대학생들로 미어터진다. 취업에 유리하다면 해외어학연수도 주저없이 떠나며 이를 위해 휴학까지 결심하기도 한다.
E여대 4학년 전모씨(23)는 자신의 학교보다 집 근처 다른 대학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상오 5시께 일어나 도서관에 도착하면 상오 5시30분. 조금만 늦으면 목좋은 자리는 커녕 화장실 앞자리도 얻을 수 없다. 저녁 영어학원 수강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밤 11시.
전씨는 『내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고3때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이라는 넋두리가 입버릇이 되어버렸다.
Y대 김모씨(26)는 9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다. 김씨가 이번 학기 신청한 대부분의 과목은 1·2학년때 이미 수강했던 과목들. 한점이라도 학점을 더 올리기 위해 성적이 부진했던 과목을 재수강하는 것이다.
김씨는 졸업후의 해외연수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어학도 어학이지만 입사원서 경력란에 남들보다 한 줄이라도 더 써넣어야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김씨는 『졸업후 2∼3년씩 잡아 취직준비에 나서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취업의 필수코스로 인식되는 토익 시험장도 이들로 북새통이다. 22일에 있을 시험에만 전국에서 8만7,000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입사를 위해 마음에 드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몇번이고 되풀이 응시한다. 시험뿐만이 아니다. 시내 유명 학원의 관련강좌는 새벽부터 밤까지 발디딜 틈이 없다. 일부학원에서는 고액의 수강료를 받고 토익·토플 족집게 강의를 열어놓기도 했다.
연세대 취업담당관 김롱주씨는 『대학졸업생들이 선호하는 국내굴지의 기업들이 대부분 인력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거나 줄여 뽑을 예정이어서 취업경쟁률은 10대 1을 넘을 것』이라며 『취업경쟁이 전쟁으로까지 표현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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