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구성 역사성 불구 적대감 여전/대통령 유력인사들 골수민족주의자14일 실시되는 보스니아 총선은 「내전의 제 2라운드」 성격을 띠고 있다. 3개 민족의 공존과 화합을 담보할 신정부 구성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에도 불구, 유권자들은 아직도 타민족 배타 의식과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투쟁 도구만 「무기」에서 「투표용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보스니아 각 민족의 극단적 민족주의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중앙정부 대통령의 면면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3개 민족에서 한명씩 선출돼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할 중앙정부 대통령으로 확실시되는 인물은 회교계의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71), 세르비아계의 몸칠로 크라이스니크(52), 크로아티아계의 크레스미르 주박(48)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전기간동안 주전론을 외쳐온 골수 민족주의자들이다.
현보스니아 대통령 이제트베고비치는 회교 민족주의의 기수로 사실상 내전을 촉발시킨 장본인. 티토 구 유고대통령시절인 70년부터 회교독립국가 창설론을 주창했으며 82년부터 분파주의 혐의로 7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90년 회교민족주의 정당인 민주행동당을 창당해 2년뒤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보스니아 독립을 이끌어냈지만 이로인해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인 내전이 발발했다.
스르프스카공 의회 의장인 크라이스니크는 세르비아계 막후실력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충복이자 호전적 민족주의자. 카라지치가 7월 서방의 계속된 압력으로 스르프스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이번 총선에 대비해 아껴둔 강경파다.
내전으로 부인을 잃은 그는 지난해 데이턴 평화협정을 앞장서 반대했으며 아직도 사석에서는 스르프스카공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교·크로아티아연방의 크로아티아 대표인 주박은 판사출신의 민족 투사. 92년부터 크로아티아 민병대에서 투쟁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데이턴협상 크로아티아계 수석 대표로 선임되면서 전면에 부각됐다. 내전때 집이 세르비아계에 의해 전소됐던 그는 프라뇨 투지만 크로아티아공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회 및 회교·크로아티아연방의회, 스르프스카공의회도 민족주의의 「광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총 49개 정당의 후보 3,000여명이 난립하는 이번 총선에서 회교계는 이제트베고비치가 이끄는 민주행동당(SDA), 세르비아계는 세르비아민주당(SDS), 크로아티아계는 민주동맹(HDZ)을 각각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결과도 투쟁의식이 선명한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유권자가 90%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의회 구성·권한/3인 대통령 집단지도체제 운영/중앙정부 외교·대표기능만 수행/회교 크로아연세공 실질적 국가
「세계에서 가장 권한이 약한 중앙정부」
14일 총선을 계기로 내달 말 출범할 보스니아 중앙정부는 명목상의 외교와 대표기능만 수행할 뿐이다. 교육·경제·조세·치안 등 다른 권한은 국가 연합형태를 띤 회교·크로아티아 연방 및 스르프스카공(세르비아계)이 담당한다. 3인의 대통령이 집단지도체제로 이끌 중앙정부는, 의사결정에서 3인중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의 국가의회는 15석의 상원(각민족당 5명, 임명)과 42석의 하원(각민족당 14명, 선출) 등 양원제로 구성돼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비토권을 갖는다.
대신 회교·크로아티아계 연방과 스르프스카공 등 두개의 정체는 실질적 국가성격을 띤다. 스르프스카 공화국은 임기 2년의 대통령및 부통령에 의해 통치되며 별도의 의회(140석)를 갖는다. 회교-크로아티아 연방은 대표도 회교, 크로아티아 1명씩 공동으로 맡으며 의회도 회교 30석, 크로아티아 30석 기타 14석으로 이뤄진 상원과 140석의 하원으로 구성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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