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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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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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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국가의 군대에는 작전을 책임지는 지휘관과 함께 반드시 공산당에서 파견하는 정치주임이 있다. 공산당의 군대로 혁명에 성공하기까지 조직원에 대한 사상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해방후 한국사회를 경악케 한 숙군파동도 그 뿌리는 같다. 김일성은 남한 적화의 첩경은 국군 조직의 공산화라고 보았다. 해방공간의 혼란을 틈타 북한정권의 사주를 받은 공산주의 청년장교들이 대거 국군에 침투해 활동하다 군수사기관에 적발돼 일망타진된 것이 바로 숙군파동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 사건에 연루돼 군복을 벗었다가 6·25가 발발하면서 현역으로 복귀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우리 군 장병중 6천여명이 「좌경성향」의 군인이라고 한 이양호국방장관의 발언은 이런 우리 군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새삼 음산하고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장관의 얘기는 물론 6천명이 모두 「빨갱이」라는 말이 아니다. 대학운동권에서 반정부투쟁을 벌이다 입대한 「문제사병」이 대부분이며, 한총련사태와 관련해 각급 지휘관이 이들을 선도하는데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훈시가 그 발언의 취지였다. ◆그러나 일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라면 자신의 발언에 어떤 반응이 있으리라는 것쯤은 미리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좌경성향의 장병이 6천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장교도 10여명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군의 존재목적이 1차적으로 북의 공산침략을 막자는 데 있는 것이라면 이런 군을 믿고 국민이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친다면 장관이 그런 사려깊지 못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다. 이장관은 얼마전에도 국회에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도 상관 없다고 실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변명이 잦으면 실없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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