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람 「자리」 못잡고 남은 사람 「마음」 못잡아/“차라리 사업” 창업컨설팅 호황/양복차림 등산길·가정불화도 늘어기업체에 불어닥치고 있는 감원회오리로 직장과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갖가지 「감원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직장인들 사이에 부업붐을 일으키고, 주부들도 만약에 대비, 취업이나 재취업을 서두르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한번 직장은 평생 직장」 「회사가 잘 돼야 나도 잘 된다」는 직장인의 의식도 바뀌면서 월급과 대우를 좇아 전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조기퇴직을 당한 사람들로 고급인력정보센터가 붐비고 명예퇴직의 기회를 이용해 창업이나 개인사업을 하려는 직장인도 부쩍 늘어나 창업컨설팅업이 호황이다.
12일 선경인더스트리 창업지원실. 10여명의 명예퇴직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초 명예퇴직한 이 회사 부·과장 1백4명중 30여명은 창업이나 재취업을 하지 못한 채 고급실업자로 인력시장을 떠돌고 있다. 고급인력의 취업알선을 위해 7월 개설된 경영자총연합회 산하 「고급인력 정보센터」에는 현재 구직신청자가 1천4백10명으로 구인신청자의 2배이상이다. 구직 신청자중 10%수준이 조기퇴직자이다.
출산전에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주부 이모씨(31·서울 성북구 동소문동)는 최근 모정보통신업체 경력사원 모집에 응시했다. 이씨는 『남편 직장에 언제 감원태풍이 불지 몰라 다시 직장에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D증권 이모과장(35)은 최근 친구 5명과 1인당 2천만∼3천만원씩 출자,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키로 했다. 그는 『보험에 든다는 생각으로 부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관악산 등지를 배회하는 양복 차림의 사람도 눈에 적잖이 띄고 명예퇴직과 관련한 가정갈등과 불화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회사에 남은 직원들은 언제라도 감원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동료·선배가 떠난데 따른 심리적 공황으로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추석연휴가 끝나는 10월초부터 「획기적인」 조치들을 내놓을 움직임이어서 직장인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재고누적과 비용절감을 위해 휴가일수를 늘리는 반면 상여금은 예년수준이거나 감축하는 상태여서 올 추석은 유난히 썰렁할 전망이다.
떠난 사람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남은 사람은 「마음」을 잡지 못해 사회전반이 어수선한 분위기이다.<정희경·윤순환 기자>정희경·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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