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적자에다가 4년만의 수출 연속 감소가 태풍의 눈이 되어 요란하더니 전세 파동이 뒤를 이었고 이번에는 감원선풍이 다시 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심상찮은 조짐들이 사방에서 돌출해 나와 경제난국의 위기를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당국자들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것 같다.우리는 지금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물가안정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수출촉진이다 경기부양이다 뭐다하고 이것저것 집적거릴 것이 아니라 물가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그것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현단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대책이라고 본다.
지난번에 발표한 종합대책도 여러가지 잡다한 내용이 있었지만 요체는 안정에 있는 것이었다. 물가가 연말억제선 4.5%를 넘어선 이 시점을 계기로 정부가 다시 한번 물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 전세가 음식료값 등 생활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등 강력한 안정화 시책을 펴나가기 바란다.
재계에서 감원선풍이 일고 임금총액동결 등 비상한 자구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고임금 때문이며 임금은 물가 때문에 올라가는 것이다. 물가안정 없이는 고임금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고비용구조도 깨뜨릴 수 없다.
정부가 연말억제선 4.5% 돌파를 아쉬워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생활속에서 느끼는 물가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대중목욕탕이 값을 2천5백원으로 올린지 오래고 커피 한잔에 2천원 3천원하는 곳이 태반이며 설렁탕 한 그릇에 5천원 수박 한덩이에 1만5천원이다. 수천만원씩 폭등하고 있는 전셋값 앞에서 4.5% 물가지수는 무의미하다.
한은자료에 따르면 90년 이후 지난 5년동안 우리 물가는 35.1%가 올랐다. 같은 기간에 일본은 7.0%, 싱가포르는 7.2%, 미국은 16.6%, 영국은 18.2%, 캐나다는 11.8% 오르는데 그쳤다. 유엔이 세계 1백74개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도시별 물가수준 비교에서도 서울은 7위를 차지했다. 뉴욕의 생활비지수가 1백일 때 서울은 1백21이다. 우리는 특히 음식료비와 주거비가 비싸 생계비가 많이 들고 이때문에 생활물가가 만성적인 인플레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이것이 고임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 아무리 감원을 하고 임금동결을 해도 고임금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도 고비용의 족쇄에 발이 묶여 수렁을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수출감소와 적자확대, 외채누증과 성장둔화 등 모든 경제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물가안정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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