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명·중앙의원 56명 외 각 민족대표 등 선출/“동족에 몰표” 3민3색 뚜렷/미,숱한 난제 불구 강행… 「외교치적 과시」 대선용 평도보스니아 신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국제사회의 기대와 우려속에 14일 실시된다. 지난해 11월 데이턴 협정으로 4년간의 내전이 가까스로 종식된지 10개월만에 내전 당사자인 3개 민족이 역사적인 정치 실험에 함께 나서는 것이다. 29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할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2원 체제의 정부 및 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우선 중앙 정부의 집단 지도체제를 이끌 3인의 대통령(3개 민족 대표)과 중앙의회 의원(56명)을 뽑는다. 이와 동시에 회교·크로아티아계는 별도로 자신들의 연방 대표(2명) 및 의원(140명)을 선출하게 되며 세르비아계의 스르프스카공 주민들도 대표(1명) 및 의원(140명)을 선출한다. 유권자 한명당 4가지 투표에 참가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선거이다.
3개 민족의 44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 수천명이 난립하는「란장 총선」이지만 선거 결과만큼은 단순할 전망이다. 자신들의 민족을 대표하는 정당 후보들만 지지, 결국은 3개 민족이 정립하는 구도로 귀착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회교도는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현보스니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행동당(SDA), 세르비아계는 라도반 카라지치가 주도하는 세르비아 민주당(SDS), 크로아티아계는 민족이해를 대변해온 크로아티아 민주동맹(HDZ)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자민족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유권자가 95%를 상회하는 것도 여실히 이를 입증한다.
선거향방이 「3민3색」으로 흐를 경우 그 의미는 자명하다. 내전은 끝났지만 타민족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조금도 희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세르비아계는 이번 총선을 오히려 자민족 분리독립을 위한 호기로 역이용하려는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 유럽 일각에서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던 것도 민족간의 적대 의식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숱한 난제에도 불구, 총선이 강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스니아 국민들의 「새 국가 창설」의지보다는 미 대선정국을 의식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총선이 연기되면 12월 예정된 보스니아 주둔 미군 1만6,000명의 철수도 늦춰야 하기때문에 클린턴이 보스니아 총선을 예정대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계의 화약고」 보스니아에서 내전 종식은 물론 총선까지 마무리했다는 외교치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싶은 클린턴의 도박성짙은 속셈도 함께 작용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내전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보스니아 국민들에게 미국이 주도한 이번 총선은 내전못지 않게 고달픈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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