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뉴욕 맨해튼의 러시아워때는 지나간 여름이 오히려 그리울 정도로 길이 막히곤 한다. 휴가기간에 시원하게 길이 뚫려 30분이면 족했던 출근길이 지금은 1시간을 넘기는 게 보통이다. 7월말에서 8월초 사이에 휴가가 집중되는 서울과는 달리 뉴요커들은 여름내내 노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만큼 지난 두달간 뉴욕의 거리는 한산했었다. 날씨마저 107년만의 이상저온이라고 불릴만큼 선선해 출퇴근길이 상쾌하기까지 했다.그러나 모두 일터로 돌아온 지금 맨해튼의 출퇴근 풍경은 서울을 방불케 할 만큼 복잡하다. 두달동안의 쾌적함에 길들여진 탓도 있지만 갑자기 끼어드는 택시와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대는 일부 운전자들의 조급함은 서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 듣던 「미국사람들은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는 말에 쓴웃음을 짓게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미국의 전반적인 교통문화는 자동차왕국답게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뉴욕 등 대도시를 벗어나면 양보와 질서의식이 운전자들의 몸에 배어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또 「지구촌의 모든 인종이 섞여 사는 뉴욕은 미국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 뉴욕을 보고 미국전체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복잡한 맨해튼 거리에서도 서울과 다른 점은 적지 않다. 서로 먼저가려고 신경전을 벌이기는 하지만 멱살을 잡고 실랑이하는 운전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차선을 점령하고 한가롭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년여성이나 등에 가방을 둘러멘채 롤러 브레이드를 즐기는 여대생에게 핏대를 올리는 운전자도 드물다.
바쁘기로 치면 서울에 조금도 뒤질게 없는 맨해튼을 지날때마다 교통체증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양보와 여유있는 마음가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맨해튼에서 운전하는 게 그래도 서울 도심에서보다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곳 사람들이 조금은 더 넉넉하게 남을 배려해주기 때문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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