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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중년/조성호 과학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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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중년/조성호 과학부장(메아리)

입력
199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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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방황하는 중년층이 많아졌다. 한창 일해야할 대낮에 도심 공원이나 강변 유원지주변을 할일없이 맴돈다. 평일의 산엔 한가한 등산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직뒤 가족들의 눈총이 따갑고 민망스러워 집에는 못있고 밖에 나와 떠도는 「실직유랑자」들이다.수년전부터 정보화바람을 타고 많은 기업체들이 생산·운영의 합리화나 조직체계의 개선 등을 내걸고 줄달아 근로자들을 감원했다. 컴퓨터사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정보화의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마인드를 대체하게되면 기술적 실업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은 예견돼온 일이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체들이 정보화속도를 앞질러 직무범위를 축소하고 조직을 재구축하면서 생산직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중간관리계층까지 실직당했다. 최근에도 명예퇴직 정리해고등으로 상당수의 중년층 근로자가 직장에서 밀려났다.

21세기의 적신호라는 「노동의 종말」이 벌써 이사회에 밀어닥치고 있는 것인가. 새로운 감원선풍이 멀잖아 또 불어닥칠 조짐이다. 대기업들이 불황타개, 기업생존을 명분으로 내년임금 총액동결 등에 합의한 것은 대량감원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특히 고액임금구조개선과 기업구조조정 등을 강조한 것으로 보아 40∼50대 중년층 또는 중간관리층이 주대상으로 지목된다.

중년의 근로계층은 고달프다. 요즘 젊은층 부부와 달리 대다수가 혼자 버는 가장인데다 자녀학비 집마련 혼사준비 등 출혈지출로 생활에 쪼들리기 일쑤이다. 안팎에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다수가 노동의 종말이후에 대한 회색빛 우려속에 묻혀 산다.

수난의 험로를 걸어온 이땅의 중년세대들. 군사정변때는 만만한 숙정대상이 되어 젊은 군인들에게 공직 등의 자리를 빼앗겼고 경제불황의 고비에서는 고생끝에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곤 했다. 2만달러 선진국시대가 멀지않았다고 공언하는 지금엔 또 대량감원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21세기는 노인복지세상이 된다는데 우리의 중년세대는 제대로 늙지도 못하고 조로를 맞는가. 경험많고 폭넓은 중년층의 조기퇴장은 사회에너지광맥의 큰 상실이다. 그것은 경제평형구조의 와해이자 복지사회의 비전상실이기도 하다. 중년층의 대량퇴장은 수많은 가정을 불안의 늪에 빠뜨리고 결국엔 사회불안의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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